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시립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을 불법촬영한 영상이 발견된 것은 2015년 1월이다. 그해 5월 해당 병원에서 근무했던 의사 이아무개씨가 130명을 대상으로 2만건 이상 불법촬영하고 유포한 혐의로 검거됐다. 그런데 3년 뒤인 2018년 또다시 간호사 탈의실 불법촬영 영상이 온라인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는 이 사건을 경찰에 고발하고 병원측의 소극적인 태도를 공론화했다. 병원이 지정한 장소에서 작업복을 갈아입었을 뿐인 간호사들은 오랜 기간 불법촬영 피해자가 돼 엄청난 고통을 감당해야 했다.<본지 2018년 8월17일자 ‘서울대병원분회 2015년 간호사 탈의실 몰카 사건 고소·고발’ 기사 참조>
의료연대본부가 여성 노동자와 환자가 안심할 수 있는 병원 만들기에 나선 배경이다. 경북대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칠곡가톨릭대병원 동산의료원·동아대병원 노사는 병원 내 불법촬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3일 본부에 따르면 이들 5개 병원 노사는 1년에 1~2회 이상 불시에 불법촬영 기기 전수조사(전문업체 의뢰)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불법촬영을 비롯한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가 내부 직원일 경우 즉각 업무중단 후 진상조사를 하고 중징계 처리하기로 했다.
의료연대본부는 “불법촬영은 여성의 삶을 처참하게 파괴하는 범죄지만 그동안 성폭력 관련 규정에 포함되지 않은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단협 체결을 통해 사용자에 불법촬영 예방 조치를 의무화하고 성희롱·성폭력과 마찬가지로 엄중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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