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 문제는 IMF 이후 숱한 논란을 겪어오면서, 개념의 적극적인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나 새로운 고용형태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수고용직의 노동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히 강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노사정위는 비정규근로자대책특별위를 구성,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실제 보호법안을 만들 수 있을 지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수고용직이란 골프경기보조원(캐디), 학습지 교사, 텔레마케터, 보험모집인, 문화예술종사자 등 주로 위탁(독립)계약 관계에 놓여 있는 이들을 말한다. 그러나 그 범위는 독립도급, 호출(대기)근로, 가내(재택근로)까지 광범위하다. 이들은 '특수한 형태로 고용돼 있다'는 '특별한' 이유로 '노동자성'을 번번이 부인당해 왔다. 매번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을 둘러싸고 혼란을 거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몇 년 새 캐디의 노동자성을 둘러싼 법적 논란을 참고삼아 이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사례1) 대법원이 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한 최초의 판례다. 그 예로 △ 캐디마스터 등 회사의 지휘감독 △ 출근시간이 분명하고 새벽근무, 휴장일 출근 △ 업무지시 거부나 무단결근시 벌칙이나 배치거부 등 제재 △ 회사측의 묵시적 약정(고용계약관계와 유사)에 따른 캐디피 지급 △ 사실상 해당회사에 전속 등을 판단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법원은 "위 캐디들을 노조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음에도, 회사측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은 채증법칙을 위배해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 또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정했다. (대법, 93, 5.)

사례2)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4일 용인 P골프장에서 근무하는 캐디의 노동자성과 관련
"캐디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회사는 캐디 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골프장 캐디들이 회사측으로부터 임금, 징계조치 등을 받지 않는 등 사용자와 종속계약관계에 있는 노동자로 보기 어렵다면서 근로기준법,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모두 부인했다. 그러나 중노위는 이 사안에 대해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정을 내린 바 있다.(2001. 4)

사례3) B골프장 캐디의 노동자성 여부와 관련한 질의에 노동부는 △ 서류심사, 면접, 교육실시 여부 △ 사실상 취업규칙인 캐디 자치내규 존재 △ 징계위 개최 △ 캐디피의 회사 결정권 △ 회사직원인 캐디마스터의 업무지휘 여부 등을 따져 "회사측과 캐디간 실질적 지휘·감독을 받는 사용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 제14조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회시해 근기법상 노동자임을 인정했다. (노동부 회시, 2000. 5)

■ 노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 노동계
=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의 확대와 노조법상 사용자 범위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경제적 종속성을 근기법상 근로자 개념에 포함하고,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 특수고용직 노동조건을 단체협약에 의해 규율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한편 비정규단체는 "다양한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이 확산되고 있으며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동시장 유연화에 따른 고용구조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경직성을 지적하고 있다.

△ 경영계 = "특수고용직들이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지급받는 노동자가 아니라 회사의 지시나 감독 없이 각자의 능력에 따라 실적을 올리고 약정된 수수료를 지급받는 개인사업자"라는 기존의 주장에 변함이 없다. 노동계의 주장대로 할 경우 독립자영업자 상당수가 노동자로 인정받고, 무분별한 단체교섭이 남발된다며 반대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 노동부와 법원의 판단 근거는?

사안별로 판단을 달리하고 있다. 그 원칙은 이렇다. 근기법상 노동자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노조법상 노동자는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또 노조법상 사용자는 "경영담당자, 또는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법적 판단은 이를 근거로, 근로제공 과정과 실태, 업무의 대체성 유무, 작업도구의 소유관계,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의 계속성과 종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회사에 근로자가 사용·종속여부를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판례, 97, 2)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사례2)의 지난 4월의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이다. 이는 사례1)의 93년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는 판정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여태까지 노동부는 근기법상 노동자임을 인정한 예는 극히 드물지만, 그동안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캐디의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일반적으로 인정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행정법원의 결정이 확정판결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직 노동부의 기존의 입장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계 일각에서 캐디의 노동자성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일부 골프장에서는 캐디의 노동자성 회피의 목적으로 기존의 노동조건을 변경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왜 특수고용직 노동자성에 주목해야 하나?

그러나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 문제는 IMF 이후 숱한 논란을 겪어오면서, 개념의 적극적인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8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독립도급, 호출(대기)근로, 가내(재택근로) 등의 특수형태 근로자는 196만2,000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15.2%를 차지하고 있다. 앞서 독립계약을 맺는 독립도급으로 분류되는 특수고용직은 65만6,000명으로 5.1%를 차지하고 있고, 올해 8월 실시된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특수고용직은 78만8,000명으로 6.0%를 차지, 1년새 13만2,000명(0.9%)나 늘었다. 이는 새로운 고용형태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

때문에 이들의 노동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히 강구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노사정위는 비정규근로자대책특별위를 구성,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실제 보호법안을 만들 수 있을 지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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