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주영 명예회장이 31일 본인과 정몽헌 현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한 데 대해 노동계는 "현대 부실경영의 책임은 3부자 일선후퇴로 매듭되어질 수 없다"며 "노조의 경영 참여 확대 등으로 부실 족벌경영의 폐해를 원천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31일 오후 2시20분경 김재수 현대 구조조정위원장이 대신 읽은 친필각서에서 "이제는 세계적 흐름과 여건으로 볼 때 독자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영하는 게 국제경쟁사회에서 성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따라서 본인과 정몽구·몽헌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나고 정몽헌 회장은 남북경협사업에 전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몽구 회장은 "사전 협의 없이 구조조정위원회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며 "올 하반기 분리되는 자동차 전문 소그룹의 책임 전문경영인으로서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만드는 데 흔들림없이 전념하겠다"고 반발, 정주영 3부자의 경영일선 퇴진 선언으로 마무리되는 듯하던 현대 사태가 다시 몽구·몽헌간 경영권 분쟁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현대 부실경영의 책임은 3부자 일선후퇴로 매듭되어질 수 없다"며 "문어발식 상호지분출자를 해소하고 소유 주식을 다시 그룹으로 환원하는 방식으로 경영개선을 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역시 "IMF 이후 현대는 오히려 기아그룹 인수와 계열사 확장으로 방만한 경영이 가중됐다"며 "3부자 퇴진선언이 아니라 노조의 경영 참여 확대 등으로 부실 족벌경영의 폐해를 원천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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