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운항승무원 노조(위원장 이성재)가 합법성을 얻은 31일 오전, 지난 8개월여간의 길었던 싸움의 깊이만큼이나 명동성당에 모인 400여명의 조종사들의 눈물도 뜨거웠다. 그 어디보다 감격의 환호성이 아우성쳤던 곳은 인터넷 노조 홈페이지(www.kalfcu.or.kr).
본지 무료 홈페이지 제작 지원 사업 일환으로 지난 10일 홈페이지를 개설한 노조는 이미 가입한 조합원이 1,300여명에 달하는 데다 작업의 특성상 한 곳에서 공동작업을 하기 어려워 조합원 교육과 홍보에 어려움을 겪어오던 터라 홈페이지는 실시간으로 투쟁지침을 내리고 상황을 공유하는 데 어느 때보다 고마운 존재였다.
노조가 30일을 마지노선으로, 다시한번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한 27일 이후 31일 현재까지 나흘동안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무려 400여건의 글들이 올라와 노조 결성 의지를 엿보게 했다. ID를 '모부기장'이라고 한 조합원은 "30일 비행나갑니다. 내일 돌아오지 못할 경우 지선(brach line)비행이라도 거부해야 할 것 같습니다"며 31일로 예정된 파업 동참 의사를 밝혔고, 운항중인 남편을 대신한 듯한 '조종사 아내' '예진아씨' '방울아줌마' 등의 ID로는 남편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글들이 연일 올라왔다.
31일 오전 9시40분, 노조가 설립신고필증을 받은 직후에 이 소식을 담은 글은 불과 1시간도 안 돼 100건의 접속건수를 기록했으며, 시애틀, 호놀룰루, 프랑크푸르트, 모스크바 등지에 교육이나 비행나가 있는 조합원들의 축하의 글들이 마꾸 쏟아졌다. 인터넷이 노동운동에 미치는 효력을 다시한번 확인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