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러 국내 노사관계에도 파장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는 이번 사태가 국내 경기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정부의 개혁추진이 퇴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18일 한국노총 이정식 대외협력본부장은 "정부가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조치를 적극적으로 펼 것이고, 노조활동 역시 약화시키려 할 것"이라며 "또 정치사회적으로 보수적인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정부가 개혁작업을 추진해 나가기 어려운 조건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선실장도 "대미 테러로 조성된 정세를 악용해 재벌과 가진 자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을 몰고 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미 사용주단체들이 기정사실로 된 주5일근무제 도입을 없던 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전경련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은 경기침체를 우려하며 노사관계에 있어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에 힘써 기업활력을 제고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5일근무제 도입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관련 제도개선이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노동계의 우려가 곳곳에서 읽혀지고 있는 것.

구조조정이 좀 더 가속화되지 않겠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금융노조의 김기준 위원장 직무대행은 "아직 구조조정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미국테러 사태로 영향을 받게 되면 곧바로 금융부문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노동계는 변화된 정세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한 모습이다. 민주노총 이상학 정책국장은 "다음주초에 내부토론을 거쳐 대응책을 내오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노조 입지가 축소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큰데, 노동계가 전쟁반대 등 정치사회적 요구에 보다 비중을 둘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전쟁반대 목소리를 점차 높여가고 있다. 17일 민주노총 등 20여개 단체가 미국의 보복공격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연데 이어 18일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이 보복전쟁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민주노총의 경우 20일 명동에서 전쟁반대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며, 22일 민족통일대축전 후속사업으로 탑골공원에서 개최하는 '6.15 공동선언관철과 민족자주실현을 위한 노동자 자주통일선언대회'에서도 이러한 요구를 강하게 제기할 방침이다.

특히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미국의 전쟁위협 중단과 함께 한국 정부가 미국을 무조건 지원하고 나서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