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지난 21일 경기도 오산에 있는 관악C.C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복직명령처분취소청구소송'에서 관악C.C 경기보조원이였던 해고자 2명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의 복직명령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 소식을 접한 당사자들과 전국여성노조연맹은 당혹감과 함께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중노위 결정 뒤엎은 법원 판결에 분노와 당혹

용인 오산 화성지역 여성노조 관악C.C지부는 99년 10월 경기보조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고자 10일간의 농성 끝에 결성되었다. 그 뒤 부지부장 정미진, 회계감사 심복덕 등 2명의 노조 간부가 해고되었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투쟁을 전개해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도 낳았다. 그리고 그 동안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중앙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관악C.C 현장 실태에 근거해 관악C.C 경기보조원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복직명령을 내렸다. 올해 들어서는 해고자인 심복덕 전 회계감사가 서울 서부지원에 낸 임금지급가처분신청에서도 1,000만원 일시금과 월 7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까지 나왔다. 그래서 노조나 전국여성노조연맹은 관악C.C 경기보조원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이 이미 내려졌고 사회적 분위기도 이를 인정하는 추세여서 이번 행정소송에서 회사가 패소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러한 예상은 어이없게도 그만 빗나가고 말았다.

* 근무시간, 캐디피 결정과정 등 사용종속관계 분명

97년 IMF 이후 우리 사회는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으며 특히 노동의 유연화가 심화되면서 다양한 고용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그 동안 노동위원회에서는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경기보조원, 레미콘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하는 판정을 잇따라 내렸다. 그리고 이들 특수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근로조건과 사회적 지위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최소한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관련법 제, 개정의 여론도 높아져 왔다. 그런데도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을 거스르고 96년 대법원 판례에 의존해 최근 중앙노동위원회의 복직명령까지 번복한 이번 행정법원의 판결은 특수고용형태 노동자들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려는 흐름을 되돌리려는 것이 아닌가.
문제가 된 행정법원의 복직명령 취소의 근거는 "관악C.C와 캐디간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종속적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캐디피는 내장객들을 보조하는 대가로 지급 받는 금원으로 임금이 아니며, 회사에서 별도로 정한 출퇴근 시간이 없고 휴업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점 등으로 볼 때 캐디들을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요약된다.

그러나 이는 관악C.C의 구체적인 현실을 애써 외면한 결과이다. 관악C.C 경기보조원의 출퇴근시간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회사가 정해 여름의 경우, 아침 첫 대기 조는 4시10분 통근버스를 타고 출근하며, 마지막 대기 조는 오전 10시까지 출근해야 한다. 대기 조 순번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하루에 2경기, 3경기를 무리하게 시키더라도 강제적으로 근무해야만 한다. 그리고 캐디피의 경우 일차적으로 골프장협회의 권장과 회사의 결정으로 액수가 정해지고 이를 회사가 규제해 왔기 때문에 사실상 임금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근무시간에서 임금, 일상적인 근무에 이르기까지 회사나 회사직원인 경기과장과 마스터의 통제와 지휘감독을 받고 있으며 규정된 수칙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벌칙까지 받는다. 누가 보더라도 관악C.C 경기보조원은 사용종속관계가 분명한 노동자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 특수고용형태 노동자 관련법 제·개정 서둘러야

따라서 이번 행정법원의 시대착오적이고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반노동자적인 판결은 당연히 무효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참에 특수고용형태 노동자 관련법 제·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전국여성노조연맹은 관악CC 경기보조원과 함께 민주노총과 적극 연대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다. 흐르는 물을 가래로 막을 수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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