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백화점 간부가 `백화점의 꽃'이라 불리는 숙녀복 바이어 팀장을 돌연 사퇴해 잔잔한 파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국내 최대 백화점인 롯데백화점(lotte.shopping.co.kr) 서광준 부장(44). 지난해 숙녀복 영업 부장에서 매입 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최근 개인적인 사유를 들어 갑자기 사직서를 내고 백화점을 떠났다.

이를 두고 롯데백화점 동료 직원 뿐 아니라 동종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는 의견이 분분하다. 임원 승진 가능성이 높고 이른바 `노른자위 보직'으로 바이어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숙녀복 매입팀장이 갑자기 백화점을 떠나자 롯데백화점 내부에는 사직 배경과 함께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 부장은 "백화점에서 직원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대략 모두 겪어 보았다"며 "지금부터 개인적인 일을 찾아서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회사를 그만 둔 것일 뿐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갑작스런 사퇴를 놓고 동료 직원들 가운데는 개인적인 일도 일이지만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를 탓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특히 회사에서 요구하는 매출과 목표 수익율을 달성하기 위해 매일 노심초사하고 폭주하는 업무에 밀려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심정도 어느 정도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일부 바이어들은 가장 선망하는 숙녀복 바이어 팀장의 사퇴가 바로 자신의 일로 생각하고 거취문제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백화점 바이어 만큼 개인적인 여유를 즐기지 못하는 직장인은 드물다.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기획 행사 계획을 짜고 신규 입점 업체들과 상담하느라 쉴 틈이 없다.

상담이 끝나면 행사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고 다른 부서의 협조를 구하느라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다 보면 밤 10시를 넘기기 십상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숙녀복 매입은 20∼30개, 잡화 매입은 30∼40개 브랜드를 한 바이어가 담당하고 있다"며 "백화점 바이어들은 협력업체와 매일 3∼4건 이상 상담하고 행사를 진행하다 보면 평일은 말할 것도 없고 주말에도 가족과 보내지 못하는 시간이 많다"고 털어 놓았다.

한편 백화점의 이 같은 업무 환경은 이직율에 그대로 나타난다. 일반 제조업체의 연평균 이직율이 1∼2%에 불과한 반면 백화점은 5∼6%에 육박한다. 특히 신세대 신입사원 중 상당수는 백화점에 입사했다가 1∼2년을 넘기지 못하고 다른 분야로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