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진아교통 소속 버스기사 서석운(52)씨는 요즘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즐겁다. 얼마 전 체불 임금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해 김씨 스스로회사의 주인이 된데다, 회사의 수입과 지출 등 경영내역이 빠짐없이 공개되면서 회사를 믿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때문이다.

버스 노동자들이 회사를 인수해 ‘투명 경영’ 의 새로운 실험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실험의 주인공은 서울 월계동의 진아교통(대표이사 이상도)노동조합. 진아교통 노조는 지난 7월26일 150여명의 직원이 회사 지분 65%를인수해 직접 회사의 경영을 맡았다. 노조원들은 구제금융 이후 1년반 이상 체불된임금 10억여원 가운데 5억6천만원을 출자전환으로 돌리고, 별도로 2억여원을모금해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회사를 인수했다.

이들이 직접 경영에 나서게 된 데는 회사의 경영난과 회사쪽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했다. 1961년 세워진 진아교통은 90년대 중반 이후 경영난에 직면했다. 나경태 노조위원장은 “더이상 사주와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겼다가는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며 “차라리 노조가 인수해 투명경영으로 회사를 살리자는 데 노조원들이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5월 주주총회를 열어 이상도 노조 기획부장을 새 대표이사 선임하고, 감사직도 노조원으로 선임해 본격적인 경영 수술에 들어갔다.

새 경영진은 먼저 모든 버스의 ‘입금 내역’ 을 매일 공개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동안 국내 버스업계는 사주들이 수입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채‘경영난’ 만을 내세워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게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왔다. 회사를 믿게 된 노조원들은 수익 증대를 위해 버스운행 시간을 1시간 늘리자는 회사의 제안에 적극 동의했고, 승객들의 편의에도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

이상도 사장은 “투명경영 한달이 되면서 수익이 조금씩 나아지고 사고도 줄고있다”며 “방학이 끝나는 9월부터는 수입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진아교통의 실험은 비슷한 상황의 다른 업체들의 관심을 끌면서 버스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노동자기업인수지원센터 함호연 팀장은 “투명경영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국내 버스업계 상황에서 진아교통의 실험은 신선한 충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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