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 부각에 노동부 의기소침

12일 오전 노사정위원회 본회의에서 `금융산업발전과 금융개혁추진방안'이 의결돼 발표되자 양대 노총과 노사정위원회, 노동부의 분위기가 엇갈리고 있다.

◇ 한국노총·금융산업노조= 만족스런 표정이다.

한국노총은 이번 노·정 합의를 통해 △일방적 구조조정은 안되고 △합의사항은 지켜야 하며, △노사정위가 실질적 대화기구가 돼야 한다는 점이 확인된 점에 의미를 뒀다.

이정식 대외협력본부장은 “지난해 `6·25노정합의'를 통해 나온 노사정위금융특위를 정부가 핫바지로 만든 일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며 “앞으로는 구조조정을 사회통합적으로 하고, 노동문제를 당사자간의 대화로 풀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취임 한달 남짓한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과 금융산업노조 이용득 위원장은 정부가 노조와의 직접 대화를 통해 구조조정이나 개혁정책의 방향을 잡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더욱이 롯데호텔이나 사회보험 노조에 대해 강경대응의 날을 세운 정부를 적절히 제어하면서 효율적인 담판을 이끌어냈다는 데 만족스런 표정이다.

◇ 노사정위=그동안의 `무용론'을 벗고 김호진 위원장의 적극적인 대화중재 노력이 타결에 한 몫을 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특히 11일 대통령이 직접 협상장인 은행회관에 전화를 걸어 격려한 것 등에 고무돼 있다.

노사정위 김병석 대변인은 “금융노조가 금융특위 무용론을 내세우며 탈퇴한 상황이라 노사정위 틀에 복귀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노·정 합의보다는`노사정위'라는 사회적 합의의 형식을 밟는 것이 더 실행력을 갖는다는 것을 당사자들이 인정한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민주노총=일단 이번 노·정 합의는 금융노조와 노동자들이 단결된 힘으로 이끌어낸 승리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고, 2차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어날 정리해고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점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상당한 위기감도 느끼고 있다.

롯데호텔과 사회보험 파업에 대해 경찰 투입이라는 강경책을 사용한 정부의 상반된 태도 탓이다.

더욱이 며칠 전 단병호 위원장에 대한 경찰의 폭행은 이런 느낌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차남호 민주노총 편집국장은 “정부가 민주노총을 대화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말살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런 식이라면 정부에 대한 전면적인 투쟁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노동부=이번 은행파업에서 노조의 카운터파트가 금감위 등 경제관련부처인데다 노사정위원회가 중재자를 자처하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별다른 역할을 못한 점에서 의기소침한 상태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가 구조조정 등 노동계의 큰 이해관계가 걸린 정책을 무조건 밀어붙일 경우 노정 또는 노사 갈등으로 나중에 더 큰 국민적 부담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기획단계부터 노조쪽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설득해나가는 자세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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