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750명이라는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에 대한 초유의 정리해고는 올해 상반기 노정갈등의 중심축 중에 하나였다.

지금도 대우차 노조는 산곡성당에서 정리해고 철회와 해외매각 반대를 요구하며 6개월여 넘게 투쟁하고 있다. 최근 GM과의 매각협상은 본격화되면서 하반기에는 매각협상 결과를 놓고 또 다시 일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그 중심에 대우차 노조가 있다. 그러나 노조는 여전히 대우차 처리과정으로부터 '왕따'당하고 있다. 사업장에서는 노조및회사정상화추진위원회(정추위)가 노조에 직무대행 선임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사 경영진과 정추위, 사무직들로 구성된 사무노위, 중간관리자들로 구성된 한마음 직공장회 등이 '범대우인 대책위원회'(범대위)를 구성해 GM으로의 일괄매각을 요구하며 지난 17일에는 '무분규 선언'까지 했다.

이런 조건속에서 노조는 정리해고자들을 중심으로 투쟁을 조직하고 있으나 현장에 접근조차 만만치 않은 상태다. 게다가 오는 9월말에는 정리해고자들에 대한 실업급여가 만료돼 노조로서는 사면초가가 몰려있는 상황이다.

지난 주부터 대우차 매각협상 과정의 공개와 노조참여를 요구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다시 나선 노조 김일섭 위원장을 만나 대우차 처리에 대한 노조의 입장과 노조 정상화 방안 등 현안 전반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 상반기 대우차 투쟁에 대한 평가는?

= 노조는 당시 정리해고가 아닌 유급순환휴직, 체불임금 출자 등 다양하고 현실에 맞는 합리적인 양보안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정리해고와 함께 강제적 퇴직으로 7,000여명의 노동자들이 공장을 떠나야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투쟁은 정부와 자본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및 해외매각 정책의 허구성을 드러냈다.

그러나 한편에서 상반기 민주노총의 대우차 투쟁을 가지고 민주노총 집행부의 정권퇴진투쟁이 무리한 기조였기 때문에 노정대치국면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며 정권퇴진 투쟁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겉으로는 노사자율을 이야기면서 자본측의 선봉이 돼 노동자 대량해고와 노동탄압을 일삼는 상황에서 이는 당연한 투쟁기조였다. 하반기에도 대우차가 투쟁의 선봉에 설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다가오고 있다. 또한 노동계만 아니라 모든 진영이 김대중 정권을 잘못을 성토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더 많은 노조가 대우차 투쟁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노조는 대우차의 해외매각반대, 독자생존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노조의 주장과는 달리 GM매각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의 하반기 투쟁기조는?

= 노조는 전 집행부부터 지금까지 대우차는 국가가 책임지고 독자회생을 모색해야 한다고 외쳐 왔다. 그러나 정부는 노조의 대안은 무시하고 해외매각에만 목을 매다가 대우차를 죽음으로 내모는 꼴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현재 노조에게는 정부의 잘못된 매각정책을 바꿀만한 여력이 없다. 다만 매각협상 공개 및 노조참여, 분리매각반대 및 일괄매각, 전조합원 고용보장 및 정리해고자 처리, 노조 및 단협 승계, 세계중심기업으로의 육성, 브랜드 및 판매망 유지, 구속·수배 해제 및 징계자 원상회복 등 노조의 9가지 요구조건이 충족된다면 어떠한 대우차 처리 방안도 받아들일 수 있다.

- 현재 매각 협상과정에서 분리매각의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한 노조의 입장과 대응방안은?

= 정부가 일괄매각할 경우 헐값매각, 특혜시비 등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분할매각은 인천 경제 몰락과 인천시민의 반발, 정리해고의 정당성 상실, 추가적인 7,000여명의 노동자 실업발생 등 현정권의 정치적 부담을 가져올 것이다.

현재는 정부가 분리매각 가능성을 일부러 언론에 흘리고 여론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는 것 으로 판단한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의 책임을 지지 않고 국민여론을 앞세워 처리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충돌은 불가피하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채권단의 간섭없이 노조와 회사가 대타협을 이뤄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노조를 배제한 어떠한 방법도 국민을 설득할 수 없으며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진리를 정부가 깨달아야 한다.
노조는 조합원들의 고용안정, 정리해고자 해결, 대우차 일괄처리를 핵심으로 투쟁을 배치할 것이며 분할매각은 있을 수 없다.

- 정리해고자 문제가 여전히 현안으로 남아있는데 이들에 대한 실업수당이 9월말로 종료된다. 정리해고자들에 대한 노조의 대책은

= 정말 어려운 문제다. 노조가 신청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한 지노위 판결이 지연시킬 수 있는 60일이 넘어 5개월이 지났다. 법규정을 어기고 있는 이유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란다. 그렇다면 정부의 책임이니 만큼 실업급여 연장도 3개월 정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판정연장과 같이 실업급여도 연장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를 상대로 강력히 투쟁할 것이다.

회사도 대타협에 나서야 한다. 정리해고자들이 일제히 원상회복 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회사는 순차적인 복직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정리해고자문제에 대해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

- 정리해고자들에 대한 임대아파트 퇴거 요청에 대한 대책은?

= 부당하게 정리해고 된 조합원도 법적으로 조합원 신분을 가지고 있다. 임대아파트는 조합원들의 복지차원에서 입주해 있는 것이다. 조합원들을 어느 누구도 나가라고 할 수 없다. 정리해고 시켜놓고 이젠 거지처럼 길거리로 나가라는 것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대통령이 할짓이냐. 강제퇴거시킬 경우 노조는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 노조 지도부의 현장 접근이 봉쇄돼 있는 상황에서 정추위가 직무대행 선임을 요구하고 있다. 정추위에 대한 입장은?

= 회사는 2월19일 공권력 투입이후 지금까지 공권력에 의지해 노조의 공장출입을 막고 있으며 범대위 조직 등을 통해 밀려나 있는 노조를 압박하는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자본은 그들을 필요하면 이용하고 필요 없으면 언제든지 버릴 것이다. 회사는 노정, 노자간의 대립국면을 노노갈등처럼 조장하며 이를 이용하고 있다. 더 늦기전에 노조집행부를 중심으로 이후 다가올 2차 구조조정을 함께 막아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추위의 직무대행 요구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현집행부의 기조가 바뀌지는 않는다. 정리해고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직무대행체제에서도 해결될 것은 없다.

- 현장조합원들의 분위기와 향후 노조정상화 방안은?

= 현장조합원들은 엄청난 불안에 싸여있다. 이젠 될대로 되라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노조로서도 어려움이 많다. 노조집행부 대다수가 징계 정리해고 됐고 지부 또한 많은 간부들이 징계해고 등 탄압을 받고 있다. 특히 공권력이 배치돼 있어 현실적으로 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러나 회사출입이 가능한 임원 한명과 15명의 간부들, 그리고 현장의 양심적인 대의원 동지들과 함께 무슨 일이 있더라도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현장을 재조직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획들이 세워지고 있다.

- 범대위가 노조를 배제한 채 무분규선언을 하는 등 노사간 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이에 대한 대책은?

= 회사가 노조를 완전 배제시킬 수는 없다. GM이 여전히 노조와의 관계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결국 노조와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며 노조도 이에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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