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중인 남측 대표단 추진본부측은 일부 인사들의 개·폐막식 참석과 관련한 이틀간의 혼돈 상황을 겪으면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대표단이 200여개 단체로 구성되면서 추진본부측의 통제와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단에 포함된 사람들 중에는 지도부가 “기념탑 부근 행사에는 참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고 방북승인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통일연대 소속 여성회원은 16일 밤 늦게서야 기자에게 “민화협과 7대 종단, 통일연대 지도부가 정부에 각서를 써주고 왔다는 얘기도 있던데 그게 사실이냐”고 물으며 곤혹스러워했다.

추진본부측 한 인사는 “통일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그나마 남북간에 실낱같은 민간 교류의 흐름마저 끊어버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고, 민화협 관계자는 “우리가 통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조그만 통일의 싹을 짓밟아버리고 있다. 이럴줄 알았으면 차라리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개탄했다. 심지어 “우리는 통일의 역적”이라고 자학하는 참석자도 있었다.

일부 인사들의 돌출행동으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대표자 회의에서는 그대로 남은 일정을 추진하자는 의견과 관광일정을 부분적으로라도 취소하자는 의견, 북측과 내년 서울행사를 위한 협상을 해 합의사항을 마련한 뒤 남은 일정을 다시 논의하자는 의견 등이 난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행사에서는 12년만에 평양을 찾은 임수경씨의 활동이 주목을 끌었다. 봉화예술극장에서 열린 남북 공동예술공연 때 북측 사회자는 “통일의 꽃 임수경 선생의 ‘꿈을 비는 마음’ 시낭송이 있겠다”고 소개했다.

임씨의 행사 참가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무대에 설줄은 몰랐다는 남측 대표단과 해외동포 등 극장에 모인 3000여명은 ‘임수경’ 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다.

떨리는 목소리로 무대에 선 임씨는 “지난 89년 평양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했다가 8·15 때 판문점을 거쳐 북에서 남으로 돌아갔던 심정을 새삼 되새기게 된다”며 “그 때 도와주었던 북녘 동포들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난해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며 “89년에는 만남 자체가 소중했지만 지금은 만남을 어떻게 소중하게 가꿔 통일로 나아가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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