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간제 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위한 상시·지속업무 범위를 넓히고 사내하청 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한 원·하청 사용자의 노력사항을 구체화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분위기를 민간부문에도 확산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없어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상시·지속업무 범위 넓혀

고용노동부는 ‘기간제 근로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과 ‘사내하도급 근로자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고 19일 밝혔다. 2016년 제·개정된 가이드라인에 관계 법령의 개정사항과 법원의 주요 판결례 등을 반영했다.

기간제 관련 가이드라인은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인 상시·지속업무에 대한 개념을 수정했다. 기존 가이드라인은 ‘연중 지속되는 업무로 2년 이상 지속되고 향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로 규정했다. 바뀐 가이드라인에서는 ‘향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업무’로 범위를 넓혔다.

상시·지속 업무를 수행하는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기존의 내용을 유지하면서 ‘최초부터’라는 단어를 추가했다.

새 가이드라인은 또 사용자가 근로계약이 만료되기 일정 기간 이전에 갱신 여부를 결정해 해당 근로자에게 미리 통지하도록 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계약기간을 짧게 설정하거나 근로계약 간 공백기간을 두는 것을 지양하라는 내용도 추가됐다.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에 노조 가입·활동을 이유로 해고·근로계약 갱신 거절,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직장내 괴롭힘과 성희롱 예방 대응에 관한 내용도 담았다.

원·하청 사업주 고용안정 노력 구체화

사내하도급 관련 가이드라인에는 ‘사내하도급 계약이 종료하거나 중도 해지돼 수급사업주가 변경되는 경우 고용승계 등의 방법으로 직전 수급사업주의 사내하도급 근로자에 대한 고용·근로조건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급사업주는 사내하도급 계약 기간 동안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보장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원사업주는 신·구 수급사업주와 협의해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고용 및 근로조건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새 가이드라인에는 유해·위험작업은 도급사업주가 직접 이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사내하도급이 필요한 경우에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충분한 설비와 조치능력을 갖춘 사업주와 계약을 체결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는 지난해 전부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취지가 반영됐다.

도급사업주는 수급사업주 등과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하는 등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도급사업주 소속 근로자가 사내하도급 관계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괴롭힘과 성희롱하는 행위를 예방하라고 권고했다. 괴롭힘이나 성희롱이 발생할 경우 조치 등에 관한 내용을 취업규칙에 규정하라고 안내했다.

노동계 “정규직 고용 확립 위해 법 개정해야”

일부 진전된 내용에도 새 가이드라인에 대한 노동계 시선은 차갑다. 권고사항에 불과한 가이드라인 개정이 아니라 정규직 고용 원칙을 확립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노총은 성명서에서 “법령 개정사항과 판례를 반영했다고 하지만 개정안 내용이 별로 달라진 것도 없고, 권고사항이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모든 내용이 ‘노력한다’는 문구로 일관하고 있다”며 “안내 수준을 넘어서 모범사용자로서 적극적인 조치를 권고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도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만든 문구 몇 개를 고쳐서 비정규 노동자 고용불안을 개선하겠다는 것은 기만이자 정책 퇴보”라며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사용자의 노력 여하에 맡기는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비정규직 고용금지 법제도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다 취약한 노동계층에 대한 대책이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남신 서울노동권익센터 소장은 “기간제나 사내하도급 (관련 정부 대책)은 많이 나왔고 새로운 내용도 아니다”며 “지금 코로나19 시기에 가장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프리랜서·5인 미만 영세사업장 노동자 같은 불안정 취약 노동계층을 가장 먼저 챙겨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부는 근로감독관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현장 배포·안내해 자율적인 가이드라인 준수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비정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중소·중견기업에 1인당 월 최대 90만원을 1년간 지원하는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 지원단’ 사업과도 연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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