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창수 (사)서울오토갤러리자동차매매사업조합 이사장

최근 현대자동차가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중고차 판매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차가 중고차시장에 진출해서 영세업자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 그들의 경영철학인 창의적 사고와 끝없는 도전인지 되묻고 싶다.

물론 기존 중고차시장에서 허위매물과 미끼매물로 소비자를 우롱한 극소수 딜러들의 행태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 업계는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뼈아픈 반성과 함께 정직한 판매를 통해서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중고차시장 만들기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어느 분야이든 비양심적인 행태는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정부는 대기업에게 혼탁한 시장 정화를 맡기려 하지 말고 더 강력한 공권력으로 시장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대기업의 진출로 골목상권이 파괴되고 경제계의 생태계가 무너지면 영세 소상인 보호를 위한 생계형적합업종 제도 자체가 무색해지고 재벌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다.

수년 전 벤츠·BMW·아우디·렉서스 같은 기업이 먼저 진입한 수입중고차시장의 현재를 보면 현대차 진입 후의 국산 중고차시장의 앞날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할 경우 첫째, 연식과 상태가 좋은 중고차량 대부분을 점유할 것으로 예측된다. 때문에 시장의 절반은 그들에게 내줘야 할 것이다. 많은 영세업자와, 중고차시장과 공생하는 정비·광택·도색·카인테리어 사업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또 그들에게 딸린 30여만 가족들은 생존권을 위협받게 될 것이다.

둘째, 현대차는 어차피 AS기간이 남은 차량을 가지고 판매 후 보증이라는 착시현상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것이다. 메이커에서 인증하는 중고차라는 명목하에 높은 가격에 판매할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는 더 비싼 가격으로 구매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현대차가 말하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길인가.

셋째, 중고차 판매도 이제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가고있는 추세다. 현대차 역시 차량을 판매하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 할 것이다. 과거 엔카 사례에서 보듯이 온라인 광고시장 역시 독점할 것이다.

현대차는 현대캐피탈·현대글로비스 경매장·현대자동차 정비공장까지 모든 인프라를 구축하고 중고차시장 진입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그런 현대차가 중고차시장에 진입하면, 마치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보며 우리가 느낀 것처럼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묻고 싶다. 이것이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골목상권 살리기의 일환인가.

우리 업계는 현대차의 중고차시장 진입 저지를 위해서 투쟁할 수밖에 없다. 중소상인들과 그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기업 위주 정책으로 유통과 생태 질서를 파괴하는 정부에 맞서 목숨 걸고 투쟁할 것이다.

자동차 판매 내수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제발, 대기업답게 더 큰 꿈을 가지고 세계를 향해 나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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