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가 무기계약직에게 특수고용직 계약을 맺자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직을 줄이려는 사회적 논의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지적이다.

삼성화재노조(위원장 오상훈)는 최근 삼성화재가 법인대리점(GA) 가입설계지원업무를 담당하는 무기계약직 약 130명에게 보험설계사 위촉직신청서와 직무전환신청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16일 밝혔다. 보험설계사는 특수고용직으로 고용계약이 아닌 위촉계약을 1년 단위로 갱신하는 개인사업자 신분이다. 고용이 안정된 무기계약직 신분을 버리고 다시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불안정한 신분으로 되돌아가라는 것이다.

삼성화재 GA 가입설계지원 노동자는 보험상품을 설계하는 일을 한다. 보험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보험설계사와는 하는 업무가 다르다. 삼성화재 GA에서 설계 업무를 하는 노동자는 계약직 약 400명, 무기계약직 약 130명이다. 삼성화재는 2013년께 GA 가입설계지원업무를 맡기기 위해 계약직 약 530명을 채용했다. 이후 계약기간 2년을 넘긴 노동자 가운데 선별해 약 13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삼성화재는 올해 계약만료를 앞둔 노동자와 무기계약직을 개별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설계사 전환을 원하지 않는 노동자는 보험 심사를 비롯한 6개 직무를 고를 수 있도록 했으나 현재 하고 있는 업무에서는 배제된다. 현업을 유지하려면 보험영업까지 도맡아 1년씩 재계약하는 특수고용직이 되든지, 고용을 유지하려면 하던 일과 전혀 다른 업무를 담당하는 무기계약직이 되든지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것이다.

오상훈 위원장은 “무기계약직을 고집해도 출퇴근이 어려운 곳에 발령하거나, 난도가 높은 업무를 맡기는 방식”이라며 “사실상 퇴사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노조를 결성하고, 단체교섭을 시작하면서 노조 가입범위에 있는 계약직·무기계약직을 압박하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삼성화재쪽은 당사자 의견수렴을 거쳐 진행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가입설계지원업무는 통상 보험설계사가 직접 맡아서 해 삼성화재 GA 계약직·무기계약직 같은 직군이 거의 없고, 지난 7월게 이들과 수차례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는 것이다. 또 “설계사로 전환을 원하지 않으면 직접 다른 직무를 선택할 수 있다”며 “본인이 다양한 직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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