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을 포함해 전국에서 전태일 50주기 열사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집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제기됐다. 하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자들이 더 열악한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며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라도 ‘전태일 3법’ 입법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집회인원 99명 이내 제한, 지그재그 대형 유지

민주노총은 예년보다 축소된 규모로 전국 곳곳으로 분산해 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서울에서는 가맹조직별로 서울 마포구 경총 앞,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 등 27개 장소에서 참여 인원을 99명 이내로 유지하며 분산집회를 개최했다. 전국 13개 지역에서도 동시다발 집회가 열렸다.

본무대가 마련된 서울 여의도 대회에서 주최측은 방역수칙 준수를 수차례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대형무대 앞에 마련한 좌석에 지그재그형태로 앞뒤로 일정 간격을 유지한 채 앉았다. 무대 주위로 펜스가 설치돼 있어 100명 이상의 출입을 제한했다. 펜스 안으로 입장할 때는 발열체크와 출입명부를 작성해야 했다. 좌석에 앉지 못한 참가자들은 무대 옆 인도나 여의도공원 근처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주최측은 무대 밖 참가자들을 향해서도 “일정 간격을 유지해 달라”고 안내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 철회와 전태일 3법 통과를 외쳤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정부가 ILO 기본협약 비준을 빌미로 노동악법을 통과시키려는 것은 민주노조의 뿌리를 뒤흔들고 우리 노동자들을 무장해제 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노동악법 저지 투쟁이 곧 전태일 3법 쟁취투쟁이며 노동자 민중이 전진하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은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전태일 열사의 당부를 ‘간부들이 앞장서서 노동악법 저지하고 전태일 3법 쟁취하자’는 결의로 이어 가자”고 호소했다.

비정규직·이주노동자도 거리로
경찰 “일부 도로점거 행위 조사”


‘50명의 전태일’이 피켓을 들고 노동자의 절박한 현실을 알리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리해고 당한 대우버스 노동자와 이스타항공 조종사는 “부당해고 철회”를 촉구했다. 이주노동자는 “(고용허가제 때문에) 사업장을 바꿀 자유도 없이 실질적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의 노동현장을 바꾸자”고 소리를 높였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현대위아 비정규 노동자 같은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도 참여해 “더 이상 내 아들처럼 일하다 죽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방과후강사들은 코로나19로 생계가 막막해져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경희 방과후강사노조 위원장은 “수업이 열리지 않아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한데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수고용 노동자인 이들은 노조할 권리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18일 노조설립신고증을 받았지만 이달 9일 교섭요구 공문을 보내도 각 교육청·교육감은 묵묵부답이다.

본대회가 끝나고 같은 자리에서 전국민중대회를 개최한 뒤 노동자들은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당사 주변 5개 골목으로 행진했다. 행진에 참여한 권리찾기유니온은 전태일 열사가 말했던 ‘못 다 굴린 덩이’를 형상화한 공을 굴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각 골목으로 흩어진 참가자들은 마무리 집회를 하고 오후 5시께 해산했다. 경찰이 펜스로 골목을 막고 참가 인원을 제한해 주최측과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행진 도중 일부 참가자들이 도로를 점거했다며 위법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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