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민안 한국공인노무사회 대리권지킴이센터장

㎾최근 국선노무사 활동을 하는 후배 공인노무사가 필자에게 전화해서 노동위원회 권리구제업무 국선대리인 제도의 현실을 토로한 적이 있다. 기존에는 노동위 권리구제업무 국선대리인 사건이 화해로 종결된 경우 국선대리인이 15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그런데 9월1일부터 화해보수를 10만원으로 삭감하는 대신 부당해고 등을 인정받으면 기존 15만원에서 20만원으로 보수를 상향했다. 이는 사실상 삭감이나 다름없다. 국선노무사들의 보수를 인상해 줘도 시원찮을 판에 얼마 되지도 않는 보수를 삭감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국선노무사 제도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런 와중에 8월19일 국선산재법안으로 부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이 재발의돼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필자는 국선산재법안 논의 즈음에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국선노무사 제도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대수술이 필요한 국선대리인 제도

2007년에 도입된 국선대리인 제도는 여러 노무사들의 노력으로 근로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변호사와 공인노무사가 국선대리인으로 선임된 경우의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 사건 인정률이 2017년 11.6%, 2018년 12.3%, 2019년 12.8%로 현저히 낮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노동위에서 처리한 전체 심판사건 인정률인 20.5%의 절반 수준이다.

이렇게 노동위 권리구제업무 국선대리인 사건의 인정률이 낮은 이유를 생각해 보면 첫째 애초 근로자가 수임료가 안 든다는 이유로 각하·기각이 예상되는 사건도 국선대리인을 선임해 다투는 점, 둘째 현실적이지 않은 보수가 국선대리인의 유인동기를 떨어뜨리는 점, 셋째 국선대리인은 근로자가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을 하면서 선임되는데 시간관계상 사건의 쟁점이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촉박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노동위 사건은 두 달 내외로 심문회의 일정이 잡히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된다. 이렇게 빠른 처리가 노동위 제도의 큰 장점이나 도리어 국선대리인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종합해 보면 국선대리인이 맡은 사건의 인정률이 낮은 것은 국선제도의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이며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국선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는 근로자의 임금기준이 250만원으로 상향되면서 국선대리인 사건이 상당히 증가했다. 노동위 국선대리인 사건은 2017년 1천556건, 2018년 2천46건, 2019년 2천244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인정률이 낮은 상황에서 국선대리인 사건이 증가하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국선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는 근로자의 임금기준인 250만원은 올해 일자리안정자금 지원기준인 215만원보다 훨씬 높다. 국선대리인을 선임할 필요가 없는 근로자까지도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국선대리인 제도는 지원 대상의 기준, 국선대리인 보수 등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분석해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장 위기에 처한 체당금 조력지원사업

2012년에 도입된 체당금 조력지원사업도 공인노무사가 수행하는 국선제도 중 하나다. 도입됐을 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제도였다. 그렇다면 체당금 조력지원사업은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있을까. 공인노무사가 국선노무사로 수행한 체당금 조력지원사업은 2015년에는 3억2천400만원이 집행됐고 2016년에는 2억600만원, 2017년에는 1억8천700만원, 2018년에는 1억5천만원이 집행됐다. 집행금액이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그 이유는 소액체당금 제도가 도입돼 체당금 조력지원사업의 대상이 되는 일반체당금 지급액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체당금 조력지원사업의 실적이 부진하자 지원 대상이 되는 사업장 전체근로자 월평균 보수액을 지난해 3월부터 350만원으로 인상했다. 그러나 소액체당금이 지난해 7월부터 4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인상되면서 일반체당금은 더욱 급감하고 있으므로 체당금 조력지원사업 대상자를 확대해 봐야 소용이 없을 것이다.

거기에 21대 국회에서 재직자 체당금을 신설하고, 법원 확정판결을 안 받고도 체불임금 등 사업주 확인서만 발급받으면 소액체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일반체당금은 더욱 급감할 것이고, 덩달아 체당금 조력지원사업도 사실상 사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근로자 1인당 평균 월임금은 311만5천원이고, 공인노무사 평균보수는 349만원이다. 사업장 전체근로자 월평균 보수액 350만원 이하인 사업장은 대기업 등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20대와 21대 국회에 발의된 국선산재법안

20대 국회에서는 업무상질병으로 요양급여 신청 또는 재해발생 경과 및 관련 입증자료 수집 등 사실 확인을 위해 공인노무사 조력을 받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산재승인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선산재 제도 도입보다 입증책임 완화가 우선돼야 하는 점, 대상자가 취약계층이 아닌 점에서 취지에 맞지 않는 점, 국선산재가 도입될 경우 공인노무사 등의 영업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논의하다가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그런데 지적됐던 문제점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어떤 연구나 공청회 절차도 없이 업무상질병을 넘어 업무상사고까지 그 대상을 확장하는 사실상 산재업무 전부를 그 범위로 하는 내용의 국선산재법안이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필자는 국선산재법안 취지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러나 다른 전문자격사의 국선 제도와 비교해 봐도 노동위 권리구제업무 대리인 제도, 체당금 조력지원사업은 문제점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선산재 제도를 도입한다면 발생했던 문제점이 그대로 재현될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필자는 오히려 반대로 노동위 권리구제업무 국선대리인 제도, 체당금 조력지원사업이 운영된 전례를 봤을 때 국선산재 제도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우선 국선대리인 제도, 체당금 조력지원사업 두 제도의 문제점부터 해결해야 한다.

산재업무는 근로자의 생명권과 관계 있다는 점에서 승인 여부가 근로자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무분별하게 국선산재 제도를 도입해 오히려 승인율이 낮아지게 된다면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산재승인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로자에게 있는 입증책임을 전환하고, 산재승인율을 높이도록 고용노동부 고시와 지침을 개정해야 하며, 공단의 현장조사가 강화되고 임상 중심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운영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한편 다른 전문자격사의 경우는 국선 대상을 명확하게 기초생활수급자 등 명확하게 사회통념상 취약계층으로 볼 수 있는 자로 한정하고 있지만 공인노무사 국선제도는 취약계층으로 볼 수 없는 근로자들까지 지원 대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제라도 공인노무사법 26조의2(취약계층의 지원 등) 2항에 규정해 위임한 취지대로 공인노무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취약계층의 범위를 임금 기준이 아닌 국선제도 취지에 맞게 명확히 해야 한다.

최근 국선산재 제도 도입에 대해 공인노무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설문 참여자인 공인노무사 1천193명 중 95.8%가 국선산재 제도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왜 95.8%의 공인노무사들이 국선산재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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