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금수송노조협의회는 지난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최저입찰제 폐지를 촉구했다. <정소희 기자>

은행 현금수송업무를 담당하는 외주업체 노동자들의 고질적인 저임금이 현금수송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8일 금융노조 한국금융안전지부·브링스코리아노조가 소속된 현금수송노조협의회에 따르면 협의회·금융노조는 이달 안에 금융감독원과 면담해 최저입찰제 폐지 등의 요구를 전달할 예정이다.

현금수송업무는 과거 은행 직원이 직접 수행하다가 점차 외주화하는 과정을 거쳐 현재는 대부분의 은행이 용역회사에 맡기고 있다. 은행은 현금수송 업무대행 용역공고를 내고 업체를 선정하는데, 다수 은행이 최저가낙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금수송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근속기간이나 물가상승률과 비교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2018년 매출액 기준 업계 4위인 브링스코리아에서 근무하는 조승원 브링스코리아노조 위원장은 “회사에서 20년 넘게 일했지만 월급 실 수령액이 210만원이 채 안 되는 수준”이라며 “은행은 매년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는데 은행업무를 돕는 현금수송업체 노동자들은 업무 스트레스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위원장은 “현금수송업체는 이윤을 더 남기기 위해 입찰 제안서에 쓴 인력보다 적게 고용하거나 시간제 계약직 노동자로 채운다”며 “미숙련 인원이 많다 보니 업무처리 속도도 늦어지고 사고발생 위험도 높아져 은행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은행법 34조의3(금융사고의 예방)에는 “은행이 현금수송사무와 같이 금융사고 가능성이 높은 사무에 대해서 금융사고 예방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용역업체가 현금수송업무를 수행하고 책임지는 상황에서 은행이 사고 예방책을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펴낸 ‘금융기관의 업무위탁 등에 관한 규정 업무 해설서’에도 ‘현금·외화·어음 수송’ 업무를 단순 행정업무로 분류해 업무위탁 보고를 면제한다고 나와 있다. 정부 당국이 금융사고 예방에 소홀하거나 종사자 처우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지난달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에 금감원이 현금수송업체 운영과 노동자들의 처우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올여름부터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 당국에 업계 관리·감독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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