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호 한국노총 대변인

문제 : 다음 가~다 내용의 발언과 1~3 발언자의 짝을 맞추시오.

가 : “더 이상 단일 기준으로 모든 근로형태를 관리 조정할 수 없는 경제시스템이다. 새로운 산업환경과 근로형태에 맞는 법이 필요하다.”

나 : “다양한 고용형태를 존중하면서 현행 법제에서 소외되는 다수 근로자를 보호하는 법을 추진하겠다.”

다 : “노동형태가 다양화됐는데 노동관계법은 산업화 시대에 머물러 있다. 플랫폼 노동자와 프리랜서 등을 모두 포괄하는 법을 당 차원에서 발의하겠다.”

1. 임이자 국민의힘 노동법개정 TF 위원장(2020년 10월30일)

2. 나경원 옛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2019년 7월4일)

3. 김재원 옛 자유한국당 정책위 의장 (2020년 1월15일)

정답은 가-2, 나-3, 다-1이다.

비슷한 내용이지만 법의 이름은 계속 바뀌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노동자유계약”이라 불렀고, 김재원 전 정책위의장은 “고용계약법”, 임이자 위원장은 “공정계약법”이라 말했다.

세 법의 공통점은 ‘다양한 고용형태’를 핑계로 노동의 ‘기준’을 세우는 법 대신에 자유롭고 공정한 ‘계약’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지난해 “근로기준법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며 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한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노동계로부터 근로기준법을 무력화하는 반노동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새로울 것이 없는 ‘공정계약법’ 등과 함께 야당인 국민의힘이 새로운 것인 마냥 ‘노동개혁’을 또다시 들고나왔다.

일반적으로 ‘개혁’의 앞에 붙는 집단은 개혁의 대상이지 주체가 아니다. 예컨대 검찰개혁·재벌개혁 등이 그렇다. 이런 이유로 노동개혁을 하자며 노동계를 찾는 행위에 대해 쉽게 납득할 수 없다.(그래서인지 처음 언론에 국민의힘 노동개혁 TF로 알려진 명칭은 노동법개정TF로 바뀌었다.)

과거 정부에서도 노사관계와 관련된 개혁논의는 꾸준히 진행됐다. 김영삼 정부 때는 노사관계제도의 전반적인 개혁을 위해 ‘노사관계 개혁위원회’를 발족했고, 김대중 정부 당시에는 ‘노사관계 발전추진위원회’가 꾸려졌다.

노동개혁이 본격적으로 화두가 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였다. 뉴스빅데이터분석시스템인 빅카인즈를 통해 노동개혁 단어를 검색해 보면 80% 가까운 기사가 박근혜 정부 때 쏟아졌다. 박근혜 정부 당시 노사정이 대화를 시작한 것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함이었지만 ‘쉬운해고’와 ‘임금삭감’으로 대표되면서 명칭은 ‘노동개혁’으로 바뀌었다. 노동개혁에 대해 노동계가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이유 중 하나다.

국민의힘은 노동개혁을 ‘쉬운해고·임금삭감’으로 생각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며, 노동문제를 해고라는 프레임으로 말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노동개혁을 화두로 꺼냈던 배경에 경제 3법과의 ‘딜’이 있다. 그런 점에서 ‘고용유연성’에 대한 언급은 취지와 진정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사회안전망 강화와 고용유연화는 등가로 비교되지만 사회안전망 강화는 국가의 책임이지 보상으로 거래될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고 단언한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이 노동계에 대해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고용유연성에 대한 명확한 입장과, 다양한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약속이 우선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여전히 어른거리는 ‘도로 박근혜당’의 그림자를 지울 수가 없다.

한국노총 대변인 (labo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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