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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진단> 관치금융을 청산하려면
은행 부실의 책임이 상당부분 『관치금융』에 있다는 것은 금융당국이 학계로부터 지난 수 십 년 동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왔던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치금융 문제를 현실을 모르는 학자들의 잠꼬대로 치부해 왔던 정부가 금융노조의 요구에 대해서는 총리 훈령 또는 국무회의 결의사항으로 공표 시행할 것을 약속한 것은 일면 놀랍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당연한 귀결이라고도 하겠다.

그렇다면 이렇게 쉽게 없앨 수 있는 『관치금융』을 지난 세월동안 그 많은 시행착오와 비용을 치르면서도 없애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과연 관치금융은 근절될 것인가? 『관치』란 소리조차 껄끄러운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관치행정』의 줄인 말이며, 관치행정은『국가행정기관에 의하여 직접 이루어지는 행정』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런 관치의 정의를 금융에 적용한다면, 『정부가 재량적 정책운영을 통해 민간금융기관이나 금융시장의 인사와 자금배분에 직접 개입하는 행태』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관치금융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지적되어 왔다. 첫째 법이 명시적으로 허용한 범위를 벗어나는 재량적인 정책이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지 않고 운영된다는 점. 둘째 민간금융기관이나 시장에 개입하여 자원배분의 왜곡을 야기한다는 점.

셋째 정부가 부담해야할 정책비용을 민간에게 전가시킨다는 점 등 이다. 따라서 관치금융이 청산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관치금융을 금지하는 어떠한 규정이나 법을 만들더라도 시시비비는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그 이유는 시장의 실패를 보정하는 정부의 정당한 역할과 관치라고 할 만한 과다한 개입의 여부를 구체적으로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이 어렵고, 또 개입 행태에 있어서도 도덕적 설득과 관치라고 할만한 사실상의 강요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관치금융은 우리 경제에서 그것이 성장할 만한 생태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금융정책 수행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해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역설적으로 우리 경제사회는 관치금융을 요구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치금융을 수요하는 환경조건들을 제거하기 전에는 아무리 엄격한 법을 제정하고 규제하더라도 관치금융을 청산하기 어렵다고 본다.

첫째, 금융업계와 시장의 역동성이 살아나지 않는 한 관치금융에 대한 수요는 없어지기 어렵다. 관치금융이라고 하면 흔히 개발시대의 고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정책금융과 인사 개입을 연상하지만, 경제위기 이후 지난 2년 반 동안의 관치금융은 그 성격과 양상이 크게 다르다.

즉 위기 후 금융시장 기반의 심각한 손상으로 인하여 시장의 실패 현상을 보정하거나, 새로운 시스탬의 구축과정의 마찰적 문제를 제거하기 위해 정부 개입이 요구되어 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로 대우사태로 인한 금융대란으로부터 최근까지 개발된 주요 금융상품들은 거의 대부분 금융감독원에서 개발되었다. 이와 같이 정부가앞 장서지 않으면 스스로 해결 역량을 상실한 시장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무조건 관치라고 비난할 수만은 없다.

둘째, 시장의 해결을 기다리기보다는 조급하게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여론의 압력이 높을수록 관치금융에 대한 수요는 강해진다. 시장의 작용은 조정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에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많은 경우에 시장이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기다리기 전에 먼저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여론이 비등하고 그러면 정부는 『관치』를 해서라도 무언가 성과를 보여야 한다.

마치 관치는 사회의 조급증을 달래는 약(藥과) 같다. 우리는 아직 『정부로서는 대책이 없다. 시장의 해결을 기다려야 한다』는 장관을 본 일이 없다.

셋째, 책임과 비용에 있어 정부와 민간의 몫을 엄격하게 구분하거나 계산하지 않는 사업 문화는 관치의 온상이 된다. 예를 들면, 우리 나라기업개선작업이 본 따 왔다는 『런던 어프로치』(London Approach)에 있어 영국의 중앙은행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영란은행은 민간은행들에게 기업개선작업에 대한 필요성은 설득하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직접 어떤 역할을 하거나 일체의 문건을 남기지 않는다. 그 이유는 중앙은행이라도 이해관계자가 있는 구체적인 사안에 개입하는 경우, 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부당하게 민간기관에게 정책비용을 전가하는 경우, 민간기관들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 사업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치금융의 청산은 우리 경제가 선진시장개방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데 있어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 분명하다. 관치금융을 청산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혁신도 필요하지만 관치금융의 수요를 유발하거나 용납하는 환경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은 정책 수행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도록 시스템을 개혁하여 관치금융의 의혹이 발생할 여지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에게 준법감시인을 두듯이 정부의 금융당국에도 관치금융을 감시하는 역할을 자체에 두든지, 금융발전심의회과 같은 외부기관에 옴브즈만 역할을 맡겨 관치 여부를 책임지고 감시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김동원 논설위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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