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폭우로 집에 비가 샌다면, 떨어지는 빗물을 양동이로 받고 동시에 지붕도 고쳐야 한다. 코로나19로 고용위기 상황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에게 긴급지원을 하는 것만큼이나 고용과 소득 안정망을 재설계해서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도대체 지붕은 언제 고칠 것인가. 당장 지붕을 뜯어고치기 어렵다면 방수포라도 덮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정부 대응을 보면 그런 화두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관련 정부정책의 개선 과제로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는 ‘종합적인 고용·소득 안정망 재설계’와 ‘사각지대 긴급지원 재구성’ 동시 추진을 꼽았다. 특히 고용보험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취업과 실업, 피보험자와 수급자를 명확히 구분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부분 취업과 부분 실업, 수급자이면서 피보험자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용과 소득 안정성, 빛의 속도로 양극화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와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코로나19 이후 취약 노동계층 고용실태 및 정책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코로나19 노동을 디자인하다’는 주제로 이어진 세 번째 토론회다.

코로나19가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대면서비스업, 여성, 특수고용직, 자영업자 같은 고용약자에게 더 위협적이라는 사실은 이미 곳곳에서 확인됐다. 그동안 고용과 소득 안정망에서 소외된 이들이 재난 상황을 맞으면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이제 논의의 중심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어떻게 설계하고 집행할 것인지가 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도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고 소득이 줄어든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성희 교수는 “전 국민 고용보험 제도를 빠르게 도입하는 것과 기존 고용보험제도 확충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보험 밖에 있는 취업자를 고용보험 안으로 끌어오는 동시에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는데도 자발적 실업으로 포장돼 사각지대에 처한 이들을 위한 실업보험제도 이행전략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동시에 지금의 고용보험 제도를 뜯어고쳐 실업급여 수급 문턱을 낮추고 180일에 불과한 구직급여 지급기간을 늘리면서 낮은 소득대체율도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용유지지원제도도 마찬가지다. 고용유지지원 기간과 대상을 확대하면서 파견노동자를 비롯한 간접고용도 포괄하는 정책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동시에 단축근무제를 비롯한 일자리나누기 모형 도입 필요성도 제기된다. 독일의 경우 2009년 금융위기 당시에 효과를 발휘했던 단축근무제를 코로나19 대응 정책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한 구상이 반영돼야 한다”며 “고용안정과 이해대변 대 불안정과 이해대변의 부재의 이중구조화를 방치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사회연대형 진로를 지향할 것인가 놓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십수 년 고용통계 작성했지만 이런 숫자는 처음 봐”
“돈만 풀어 해결할 문제 아냐 … 근본대책 마련해야”


이시균 한국고용정보원 인력수급팀장은 “오랫동안 고용통계를 작성했지만 최근 드러나는 통계의 숫자는 처음 보는 것”이라며 “코로나 치료제가 개발되면 회복될 수 있는 일시적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인 장기 경기침체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를테면 최근 증가하는 상용직의 99%가 계약직이라는 것이다. 고용통계상 1년 이상 계약하면 상용직으로 분류되는데 보건복지업을 중심으로 증가한 상용직 34만6천명 대부분 계약직이라는 게 이시균 팀장의 분석이다.

그는 “가장 우려되는 것은 양극화”라고 지목했다. 앞으로 늘어나는 일자리는 플랫폼 노동처럼 기존 비정규직 처우에도 못 미치는 일자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팀장은 “코로나19가 구조적으로 가장 취약한 부분을 집중 타격하고 있는데 정부 역시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며 “양극화 해결을 위한 정책을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의 윤지영 변호사는 “지난주 들어온 이메일을 보면 물리치료사, 학원강사, 미용사, 헬스장 트레이너 같이 정해진 사업장에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일하는 노동자인데도 고용계약이 없거나 고용보험에 미가입돼 곧바로 해고로 이어지는 상담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며 “돈만 풀어서는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노동정책 전반에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프리랜서나 비정규직 등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제도의 수혜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크다”며 “취약 노동계층을 고려한 광범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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