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전북 정읍시가 추진하는 택시 감차정책이 노조파괴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7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전북지회(지회장 이영구)는 “정읍시가 올해 상반기에만 60대, 내년까지 일반(법인)택시 100대를 감차하겠다고 한다”며 “전액관리제 시행을 요구하는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회는 “감차정책 폐기”를 요구하며 지난 7월6일부터 64일째 정읍시청 앞 천막농성을 이어 오고 있다.

“정읍시청, 전액관리제 정착 나 몰라라”

지회가 이 같은 주장을 하는 배경에는 ‘(유)정읍택시’ 노사 간 오랜 갈등이 있다. 쟁점은 전액관리제 시행이다. 지부는 교섭대표노조로 정읍택시와 지난해 7월1일부터 전액관리제 시행에 합의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보장하고 초과 수익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6 대 4로 나눈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회사는 같은해 8월부터 10월 중순까지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급기야 그해 10월17일에는 분회 조합원 10명에게 승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부당정직으로 판단하면서 이들은 올해 1월 복직했다. 이후 부당징계로 일하지 못했던 기간 동안 체불임금을 받았지만, 1월부터 임금체불이 계속되고 있다. 전액관리제는 법인택시 기사가 수입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고 월급을 받아 가는 제도로 지난 1월1일부터 의무화됐다.

하지만 전액관리제 시행 감독·처분 권한이 있는 정읍시의 행정조치는 지지부진하다. 지부는 지난 2월 정읍시청을 포함해 군산시·전주시에 전액관리제 안착을 위한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정읍시만 아직까지 어떤 행정처분도 내리지 않았다. 군산시와 전주시는 전액관리제 미시행 택시회사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는 1차 행정처분을 내렸다. 전주시의 경우 1차 행정처분에도 전액관리제를 시행하지 않자 과태료 1천만원 부과라는 2차 행정처분을 한 상태다.

지부는 정읍시가 정읍택시의 노조탄압 행위에 동조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정읍택시는 지난 7월3일 회사를 휴업하겠다고 정읍시에 신청한 전력이 있다. 택시노동자 동의 없이 차량 28대의 번호판까지 모두 떼어내 정읍시청에 제출했으나 정읍시는 이를 허가했다. 직후 노조가 문제제기를 하자 철회했다.

지부는 “정읍택시가 보유한 택시(번호판) 28대를 모두 감차하기 위한 수순이었다”며 “노조가 항의해 휴업 시도는 멈췄지만 정읍시 내 다른 택시회사가 감차를 한 뒤 해당 감차 숫자만큼 정읍택시의 번호판을 분할 인수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조 주장대로라면 정읍택시는 공중분해되고, 소속 택시노동자는 일자리를 잃는다.

“지난해 8대 감차했는데 올해 60대 감차 강행”

정읍시가 감차 정책을 깜깜이로 진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택시운송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5년마다 사업구역별로 택시 적정공급 규모를 실태조사해 총량을 산정해야 한다. 지난해 7월 정읍시 의뢰로 ㈔한국지역개발연구원이 작성한 ‘4차 정읍시 택시총량제 수립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정읍시 택시 총량은 587대(일반택시 230대·개인택시 357대)로 190대가 초과공급됐다. 연구진은 5년 동안 일반택시 70대, 개인택시 108대를 감차하는 감차계획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정읍시는 2년 내 일반택시 100대를 감차하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정읍시 감차 실적은 법인택시 3대, 개인택시 5대에 불과하다.

지부는 “감차정책은 모든 해고를 금지하고, 노조를 파괴할 소지가 있는 분할매각 금지를 전제로 해야 한다”며 “분할매각이 이뤄진다면 택시노동자의 근속, 임금·단체협약이 승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영구 지회장은 “내년까지 무리하게 일반택시 100대를 없앤다는 것은 노조탄압이 아니라면 설명할 길이 없다”며 감차정책 중단을 요구했다. 정읍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는 감차정책 실시를 위한 추경안을 9월10~11일 심사할 예정이다. 상임위에서 추경안이 통과되면 같은달 15일 본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정읍시 관계자는 “(전액관리제 시행과 관련해) 택시업계를 불러 회의를 했고, 실태조사를 위한 자료수집 중에 있다”며 “아직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회사가 있어 9월에도 자료제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또다시 보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노조의 분할매각 우려에 대해 “내부적으로 정읍택시·노조와 협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정읍택시쪽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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