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가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강당에서 의사 집단 진료거부와 국민 배제한 공공의대·의대정원 야합을 규탄하고 사회적 논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전공의들의 집단휴진으로 응급실이 폐쇄된 병원에 한 환자가 도착했다. 환자는 2시간 이상 걸리는 다른 병원 응급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심폐소생술을 받으면서 다른 병원으로 향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가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생명홀에서 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밝힌 현장점검 사례 중 일부다.

의사단체들은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의대 정원 확대 및 신설·공공의대 설립·원격의료 추진 같은 정부 4대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집단휴진 중이다. 병원 경영진과 의대 교수들은 이에 동조하는 모양새다.

서울대학교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2일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수와 전문의 77.5%가 정부의 4대 정책 철회나 원점에서 재논의 명문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집단휴진을 이어 가야 한다고 응답했다. 설문에는 서울대병원 본원·분당서울대학교병원·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와 입원전담전문의 1천288명 중 727명이 응답했다.

노조는 “노조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유지부서만은 단체행동을 하지 않는다”며 “보건의료 노동자의 파업에는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하는 파업이라던 의대 교수들의 이중적 태도가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그런 가운데 정부·여당이 의료 노동계나 간호사단체·시민사회단체를 배제한 채 의사단체만을 논의대상으로 삼고 있어 노동계 반발을 사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의사들이 주장하는 ‘원점 재논의’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책브리핑에서 “여당에서 의료계와 합의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합의안이 나오면 이를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전공의와 전임의,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가 참여하고 있는 ‘4대악 저지투쟁특별위원회’는 의료계 단일안을 도출하고 정부와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의대정원 확대 논의가 의사와 정부 사이에서만 이뤄져서는 안 되고 정부·여당과 시민사회가 모여 공개적인 사회적 논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순자 위원장은 “의사인력 확충 문제는 국민건강권과 보건의료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며 “정부·여당은 의정 간 밀실야합 협상을 중단하고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면담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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