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월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노동자가 서울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노동실태 증언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가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수위를 2.5단계로 올렸지만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콜센터 상담사들의 업무환경은 이전보다 후퇴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31일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지부장 김숙영)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 18일 부터 28일까지 2주 동안 수도권(서울1·2·3, 인천1·2·3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들에 한해 3일 간 재택근무를 실시했다. 공공기관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황에서 유연·재택근무 등을 통해 근무인원을 제한해야 한다. 노조는 공단이 이 지침을 의식해 도급업체와 재택근무와 관련해 협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콜센터는 31일부터 정상 근무를 시작했다.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지 하루 만이다.

현장 노동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추가적인 재택근무 실시는 도급업체 부담으로 들어온다고 들었다”며 “근무를 하지 않은 인원에 대해선 도급비를 청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재택근무가 사실상 유급휴가 형태로 진행돼서다. 상담사들은 업무 특성상 고객 개인정보를 많이 다룬다. 집에 일을 가져갈 수 없고 콜을 받지 못한다. 근무는 재택교육으로 대체된다.

감염에 취약한 업무환경 개선도 더디다. 김숙영 지부장은 “비말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칸막이(가림막)가 앞에는 있는데 옆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담사도 코로나19가 무서우니 마스크를 종일 쓰고 상담하고 싶지만 하루종일 끼고 일하면 어지럼증, 구토 증세에 시달린다”며 “그런데 공단과 도급업체는 점심시간 외 휴게시간도 보장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업무가 콜센터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단은 고객에게 “전국 지사 방문 자제”를 안내하고, 3조 순환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모범적으로 수행해야 할 기관들이 도급업체란 이유로 상담사들의 감염예방을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상담사들의 복무결정권은 협력사에 있다”며 “협력사가 자발적으로 재택을 실시해도 공단은 도급비를 다 주겠다고 해도 (재택근무를) 안 한다”고 주장했다. A협력업체 관계자는 “시설 이용도 그렇고 협력업체가 임의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하루 동안 들어오는 콜수가 예측되고, 공단과의 계약관계가 걸려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 업체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국 12개 공단 콜센터는 11개 도급업체가 위탁·운영한다. 상담사 중 일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질병관리본부의 상담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같은날 오전 도급업체 관계자들은 상담사에게 재택근무 기간을 하루씩 추가 보장한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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