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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의 사과를 보혁 정치지형 형성의 계기로!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지난 19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했다. 1980년 신군부(전두환 일당)가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한 사태에 대해 이 군부 파시스트 세력의 후계자인 수구보수 정당 대표 자격으로 당 사무총장, 대변인 등을 대동하고 함께 무릎을 꿇고 사과한 것. 김 위원장은 눈시울을 붉히고 울먹이며 “5·18 민주영령과 광주시민 앞에 용서를 구한다”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표했다.

그는 이날 “벌써 100번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마땅한데, 이제야 그 첫걸음을 뗐다”면서 “역사적 화해는 가해자의 통렬한 반성과 고백을 통해 이상적으로 완성될 수 있지만, 권력자의 진심 어린 성찰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제가 대표해서 이렇게 무릎을 꿇는다”고 자신의 사과를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신군부가 만든 국보위(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한 데 대해서도 “상심에 빠진 광주 시민과 군사정권에 반대한 국민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며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의 사과와 사죄는 긍정적이다. 당대 정치사를 지배해온 한 축인 수구보수 정당의 대표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전두환 일당의 군부 쿠데타에 맞선 정당한 민중항쟁이었음을, 전두환 일당의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이 쿠데타를 합리화하기 위해 기획된 민중학살이었음을 솔직하게 인정한 것이다. 그의 말마따나 벌써 수백 번 사과하고 반성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제라도 잘못을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은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

김 위원장의 이번 사과·사죄에도 불구하고 미래통합당 안에서 자신들의 추악한 과거를 합리화하는 세력이 싹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또 미래통합당 밖에서 종래와 같이 박정희 이래의 군사파쇼 통치를 합리화하고 미화하는 세력은 잔존할 것이다. 전광훈, 김문수, 차명진, 지만원, 김진태, 김순례, 민경욱 같은 인간들은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그런 생각으로 살아갈 것이다. 특히 전두환은 죽을 때까지 자신이 저지른 반인륜 범죄에 대해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세력은 시간이 갈수록 주변화될 것이며, 한국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데 더 이상 커다란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김 위원장의 사과·사죄를 놓고 정치세력들은 약간씩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김 위원장의 이날 행보를 매우 우호적으로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이날 행보를 “5·18묘역서 ‘호남과 동행선언’”이라고 칭하면서 김 위원장이 옛 전남도청을 찾은 자리에서 김후식 전 5·18부상자회 회장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사진을 크게 보도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냉소적인 논평을 냈다. 허윤정 대변인은 “국민 기만이 아니라면 무릎 꿇는 모습 대신 5·18특별법부터 당론으로 채택하고 진상규명에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이원욱 의원은 “실천 없는 무릎 꿇기는 쇼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부르주아 정치세력들은 현재의 정치지형을 전제로 하면서 김 위원장의 행보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판질하고 있다. 그의 행보는 호남민심을 얻어서 재집권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행위이다. 김 위원장은 그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자신의 행보에 대해 ‘형식적인 거 아니냐’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는 것 안다며 “집권을 생각하는 정당이 과거를 반복해서는 집권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총선에서 궤멸적 수준의 참패를 하고 나서 비대위를 꾸리고 그를 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미래통합당의 김 위원장 영입도 그의 수구청산 행보도 지난 총선 참패가 없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행보는 자발적이지 않고 마지못한 것이며, 진정성을 의심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그들의 행보에 진정성이 있건 없건 그들은 수구와 결별하는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이런 행보는 계속될 것이며 이는 노동자·민중 입장에서는 커다란 족쇄 하나가 풀리는 셈이라 하겠다. 수구보수 정치세력이 과거의 파쇼통치를 합리화하면서 온존하는 한 자유주의 정치세력은 이들을 대립자로 삼아 자기를 정당화한다. 말하자면 수구보수와 자유주의 보수 양당체제가 고착화된다. 이런 보수양당 체제는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구조적으로 가로막는다. 이는 지난 경험이 증명한다. 이런 왜곡된 정치지형을 허무는 가장 좋은 방도는 수구보수 세력을 완전 궤멸시키는 것이다. 차선은 수구보수 세력이 궤멸 압박에 밀려 수구성을 탈피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유주의 세력이 반민중성에도 불구하고 수구세력 덕에 자신을 정당화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리고 왜곡된 정치지형으로 인해 억눌려 왔던 부르주아 계급과 노동자·민중 간의 대립이 부각되어 보혁 대결의 정치지형이 형성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자본주의가 고도화되고 그 모순이 극심화된 헬조선에서 이런 보혁대결 정치지형이 왜 여태껏 형성되지 못했는가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일차적 책임은 물론 수구보수 정치세력에게 있다. 하지만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책임도 적지 않다. 1987년 대선에서 자유주의 야당 후보가 양김으로 분열되지 않았다면 군사파쇼 정권은 엄중하게 심판받고 척결됐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못한 결과 5·18쿠데타 책임자의 하나인 노태우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리고 이어진 여소야대 정국에서 김영삼은 대통령이 되고자 군사파쇼 세력의 손을 잡아 3당 합당을 함으로써 수구파쇼 세력을 또 구출해 줬다. 이처럼 군사파쇼 세력이 청산되지 못함에 따른 정치의 낙후와 그에 따른 사회의 헬조선화는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탓도 매우 컸다. 이 지점과 관련해 그들도 역사의 법정에서 자신의 과오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사과해야 할 것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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