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10.1 목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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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직위원회 제대로 가고 있나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와 기간제 근로자의 체계적인 인사 및 노무 관리 등을 위해.” 3월27일 시행된 국무총리 훈령에 따라 설치된 공무직위원회 목적이다. 5개월이 다 돼 가지만 논의가 진척되지는 않는 모양새다. 노동계는 직종이 워낙 다양하고 편차가 크니 분과별 협의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정부는 연구포럼을 만들겠다고 한다. 노동계는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으니 대책을 세우고 실천할 시기라고 비판한다. 공무직위원회는 바른 길을 가고 있는 걸까.

김영훈 공공연맹 조직처장

정부가 진정성 가지고 신속하게 답 내놔야
김영훈 공공연맹 조직처장

공무직위원회 설립준비단 시절부터 공무직위에 발전협의회를 두고 4개 분과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했다. 정부는 현장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고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희망이 분노로 바뀌고 있다. 공무직위가 출범하기 전부터 약속했던 분과 설치는 지금까지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고 있다. 공무직위에 노동계 대표가 참여하고 운영규정을 만드는 문제도 답이 없다.

지금까지 네 차례 발전협의회 회의가 진행됐는데 중요한 의제는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예산이 들지 않는 실태조사만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에 따른 공무직의 처우개선을 논의하는 범정부위원회인 공무직위는 고용노동부가 주무부처로 돼 있다. 하지만 공무직 제도개선이나 처우는 예산을 짜는 기획재정부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기재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공무직위원회 훈령은 국무총리 훈령으로 돼 있어 큰 틀에서 국무총리가 컨트롤하는 것이 맞다.

무엇보다 공무직위 발전협의회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지 않으려면 기본적인 운영규정을 갖춰야 한다. 지금처럼 유선으로, 구두로 회의 일정을 잡고 의제를 정하는 방식은 위험하다. 무엇을 우선 논의할 것인지 확정하고 정부가 신속하게 답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현장에서 공무직위에 대한 진정성과 신뢰성을 갖고 공무직 처우개선 성과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없는 상태에서 공무직위는 답보상태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정부가 답 없고 느슨하게 운영한다면 현장의 기대는 실망을 넘어 분노로 바뀔 것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공무직위 때문에 노동 3권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노사 간 교섭을 통해 처우개선을 요구해도 기·승·전·공무직위로 귀결되며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공무직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 속에서 출발한 공무직위가 이제는 실망을 넘어 분노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노동자들을 거리로 나서도록 떠밀고 있는 것이다.

정부 의지와 결단 없으면 상상 이상의 투쟁 부를 것
주훈 민주일반연맹 기획실장

주훈 민주일반연맹 기획실장

2019년 7월 민주노총은 최초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공동총파업을 성사시켰다.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은 파업을 통해 정부에 대정부교섭을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9월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공무직위원회라는 협의 틀을 구성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올해 3월. 국무총리 훈령을 통해 공무직위가 출범하고 노정 간의 실질적 협의기구인 발전협의회를 현 시점까지 네 차례 진행했다.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의 현실과 입장을 문서와 말로 수차례 전달했음에도 정부는 자신들의 입장이 담긴 문서 한 장 제시하지 않고 있다.

내년 예산편성 결정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차별 폐지와 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의 계획과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대법원을 포함한 각종 판례,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은 동일·유사업무를 하는 정규직 공무원과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공무원들에게 지급하는 각종 수당 가운데 명절휴가비와 복지포인트·식대 지급만을 명문화한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만 고수하고 있다. 이조차 공무원 지급기준도 아니다. 정부가 오히려 기관별 불법을 방조·고착화하는 꼴이다.

정부 주도로 비정상적으로 확대된 민간위탁 비정규 노동자 정규직 전환은 기관 자율로 맡겨 버리더니, 발전협의회 논의에서조차 제외하고 있다. 기관별 특성과 실태에 따른 분야별협의회가 절실함에도 모든 것을 발전협의회 논의로 묶어 놓는 모양새다.

공무직위 구성 전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공공부문 전체에 적용하는 임금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사실상 공무직위의 기능과 역할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정부가 만들고자 하는 임금모델은 행안부를 통해 세상에 공개된 바 있다. 평생 일해도 9급 공무원 평균임금에도 못 미치는 직무급제다.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공무직위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속속 터져 나오고 있다. 차별과 격차에서 오는 자괴감, 존재하나 법·제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유령들이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이다. 이 절박함이 정부 관료들에게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답변하지 않는 정부 관료들에게 한마디 하고자 한다. 지금 이 상태로 유지되면 상상 이상의 투쟁을 불러 올 수밖에 없다.

김태형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임금체계 논의보다 복리후생성 임금차별 해소가 시급
김태형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

‘불편해도 괜찮아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 총파업을 향해 학생들은 손글씨 인증샷으로 응원의 릴레이를 이어 갔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공정임금 쟁취,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해 파업에만 그치지 않았다. 교육청 캐노피에 올라야 했고, 50여명의 여성노동자들이 15일간 곡기를 끊어야 했다. 공무직위원회는 노동자들의 파업과 숱한 투쟁의 성과로 출범했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자들의 뜨거운 눈물과 땀으로 이룬 성과를 도리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투쟁이 없도록 통제하는 기구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처우개선을 위한 정부 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노동조합은 공무직위에 △직무와 무관한 복리후생 수당 차별 철폐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해소를 위한 추가 인건비 예산 편성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한 안전 조치 및 인력 확충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지만 정부측의 책임 있는 논의나 답변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고 있다.

공공부문은 중앙행정기관·교육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으로 크게 나뉘며, 직종이 다양하고 임금체계 등 노동조건이 모두 제각각이다. 실효성 있는 논의와 이에 따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공무직위 분야별 실무협의회 구성이 시급하다. 교육 분야 실무협의회가 우선적으로 구성될 것이라 언급되지만, 교육부 역시 전체 공무직위의 지지부진한 논의상황 등을 핑계로 구성 논의만 오가며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무직위는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고, 무기계약 전환에서 제외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포함해 미완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과제를 바로잡는 기구가 돼야 한다. 천차만별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건을 고려한다면 공무직위는 임금체계 논의를 앞세우기보다, 우선적으로 복리후생성 임금차별을 해소함으로써 차별해소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야 한다.

노사정 대화 무산 후 정부 소극적으로 변화, 노동계 새 전략 필요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노사정 대화가 무산된 이후 정부 주요 결정권을 가진 기획재정부가 상당히 소극적인 자세로 협의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전반적 태도 변화가 감지된다.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도 정부가 공무직 문제에서 소극적 자세를 취하게 만든 원인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군이 없는 상황이다. 반대하는 이들은 공정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정규직화 정책을 비판한다. 정규직화된 노동자들은 처우개선이 안 됐다며 비판한다. 집권 후반에 들어선 정부로서는 새로운 정책을 내기보다 관리하는 게 맞다고 볼 수도 있다.

공무직위원회라는 것은 대단히 새로운 시도다. 노동계는 떼어 놓은 당상처럼 여겼을지 몰라도 정부는 부담스러운 자리다. 노동계는 교섭기구로 생각하고 정부는 협의를 제도화한 것이라고 본다. 교섭 자리가 되면 노동계는 100가지를 요구할 것이다. 20~30개밖에 준비가 안 된 정부는 발을 빼려 한다. 정부는 공무직위 활동이 부담되니 연구용역을 하자고 하고, 전문가 의견을 듣자고 한다. 딱 지금이 그런 상태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만, 노동계도 현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공공부문은 정규직화가 추진됐지만 민간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규직화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수준이 기대에 못 미쳐 불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민간과 공공이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민간이 200만원 받을 때 공공이 250만원 받게 설계되면 그 정책은 사회적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없다. 이 간극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노정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선 풀 수 있는 분야부터 접근하자. 사업장 내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직무급과 호봉제를 연결하는 등의 절충점을 찾는 등의 고민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도 쉽지 않은 상황이겠지만 한발 전진하기 위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공공부문의 개선이 민간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돼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공공이 고립된 섬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 비정규직이 처한 차별적 요소가 무엇인지 판단하고, 한 번에 해결이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전략을 노동계가 세워야 한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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