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

대법원 2020. 7. 9. 선고 2015도6173 공동주거침입 등

1. 사건의 경과

2011년 5월 산별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유성기업과 산별노조 단위 중앙교섭 사항, 충남지부 단위 집단교섭 사항, 유성기업 아산지회(이 사건 지회) 단위 보충교섭 사항에 관해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노조는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했으나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조정종료 결정을 했고, 이 사건 지회는 2012년 3월26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피고인 김○○·김○○·양○○·신○○(피고인 김○○ 등)은 이 사건 지회 조합원들로서, 이 사건 지회 조합원 70명과 함께 2012년 10월26일에 2011년도 임금교섭 및 성실교섭 같은 요구사항을 관철할 목적으로 회사 정문 안쪽에서 사내 집회를 개최했다(이 사건 집회). 피고인 박○○, 문○○, 김○○, 김○○(피고인 박○○ 등) 등은 금속노조 충남지부 및 대전충북지부 조합원들이다. 충남지부 조합원들과 함께 같은 날 오후 4시35분께 유성기업 아산공장 부근 굴다리에서 ‘유성기업 부당징계 철회, 노동탄압 분쇄, 야간노동 철폐를 위한 전국 노동자 결의대회’를 진행하던 중 이 사건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방송용 차량을 앞세우고 유성기업 아산공장 정문을 통해 공장 내 주차장에 들어갔다. 경비원 이○○ 등이 방송차량과 피고인 박○○ 등 집회참가자들이 아산공장 정문을 통해 공장 안으로 진입하려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막으려 하자, 피고인 김○○ 등은 경비원들의 앞을 가로막고 몸으로 밀어 피고인 박○○ 등이 아산공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피고인 김○○은 아산공장에 진입한 후 집회장면을 카메라로 촬영하던 아산공장 직원인 김○○의 멱살을 잡아 밀치는 등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했다.

이와 관련해 검사는 피고인 박○○ 등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죄, 피고인 김○○ 등을 업무방해죄, 피고인 김○○을 폭행죄로 기소했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피고인들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검사가 항소하자 대전지법은 공동주거침입 및 업무방해의 점에 대해서는 1심과 같이 무죄를, 폭행죄에 대하는 1심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검사는 공동주거침입죄 및 업무방해죄 무죄 부분에 대해 “산별노조 소속 피고인들에게는 쟁의행위권이 없고, 피고인들이 유성기업의 시설관리권을 침해했음에도 원심이 관련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상고했다.

2. 판결의 의의와 노조법 개정안의 문제점

첫째, 대상판결은 ‘이 사건 지회 및 그 소속 조합원들은 금속노조가 주체가 돼 한 유성기업과의 단체교섭이 결렬된 후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 사건 집회를 했고, 그 태양을 고려하면 이 사건 집회는 쟁의행위로서 정당성이 인정되는 부분적·병존적 직장점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병존적·부분적 점거방식의 쟁의행위를 정당행위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서울지하철공사 사건(대법원 1990. 5. 15. 선고 90도357 판결)이래 부분적·병존적 직장점거 방식의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했고, 대상판결은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2020년 6월30일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을 추진하면서 해당 협약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법률을 개정한다는 핑계로 기본협약과 전혀 관계없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42조1항에 대한 개정안(의안번호 : 1184)(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 시설에 대한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한 점거금지)을 제출한 후에 나온 판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대법원 판례를 통해 정당한 직장점거 요건에 대한 판단기준이 형성돼 직장점거 남용이 제한될 수 있어 별도의 법개정 필요성이 적은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의 입법추진은 사용자의 이해를 전적으로 반영해 그동안 대법원이 정당성을 인정한 부분적·병존적 점거방식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통해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후퇴시킨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따라서 위 개정안은 폐기돼야 한다.

둘째, 대상판결은 “금속노조 소속일 뿐인 피고인들은 노동위원회 조정절차 및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전혀 거치지 않아 쟁의권을 획득한 바가 없어 쟁의행위를 할 적격이 없다”고 주장한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해 “이 사건 집회는 쟁의행위로서 정당성이 인정되는 부분적·병존적 직장점거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정은 피고인 박○○ 등이 충남지부 조합원들과 함께 이 사건 집회에 참여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배척했다. 검사의 위 주장은 노조법에서 쟁의행위에 대한 3자 개입 금지조항이 삭제됐음에도 ‘공안적’ 시각에서 산별노조 조합원들이 지회 쟁의행위에 참여할 자격, 이른바 ‘쟁의행위 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산별노조 조합원들의 ‘참여 자체’를 볼온시하는 것이다. 만약 산별노조 조합원들이 쟁의행위에 참가해 이 사건 지회의 쟁의행위가 수단·방법 측면에서 정당성이 훼손될 경우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산별노조 조합원들이 쟁의행위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참여 자체’가 곧바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3자 개입 금지법 부활을 의미하는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

또한, 이 사건에서 산별노조 조합원들이 이 사건 지회의 파업에 연대하기 위해 자신들이 속한 사업장의 사용자를 상대로 쟁의행위(동정파업)를 하는 경우가 아니라, 이 사건 지회의 쟁의행위를 지원하기 위해 이 사건 집회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자신들의 사용자들을 상대로 한 별도의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도 검사의 위 주장은 부당하다. 대상판결은 검사의 상고이유를 배척하면서 “피고인 박○○ 등과 충남지부 조합원들이 이 사건 집회에 참여하게 된 경위와 참여 방식, 집회 이후 사정 및 충남지부 차원에서는 쟁의행위에 관한 찬반투표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 보면 이들의 이 사건 집회 참여 행위는 이 사건 지회 및 그 소속 조합원들의 쟁의행위를 지원·조력하기 위한 산업별 노동조합의 조합활동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산별노조 조합원들이 이 사건 지회 쟁의행위에 참가한 것에 대해 지회의 쟁의행위를 지원·조력하기 위한 산별노조의 조합활동으로 파악해 산별노조 조합활동 범위를 확장시켰다는 점에서도 대상판결은 의의가 있다.

셋째, 대상판결은 산별노조 조합원의 지회 사업장 출입 정당성에 대한 기준을 설시했다. 현재 산별노조 조합원의 지회 사업장 출입 정당성에 관한 입법은 부재하다. 그런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① 사업장 출입 방식이나 절차를 정한 노사 간의 합의 등 위반 여부 ② 사업장 출입으로 인한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는지 ③ 사업장 내에 머무른 장소와 시간을 고려해 출입행위 정당성을 부정할 정도로 그 수단과 방법이 상당한지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노조법 5조에 대한 개정안(의안번호 : 1184)을 제출했다. 개정안에서 사업장 출입 제한 대상인 ‘종사자가 아닌 조합원’에는 해고자뿐만 아니라 산별노조의 조합원도 포함된다고 해석돼 사용자가 산별노조 조합원의 조합활동을 제한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 왜냐하면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한 범위’(개정안 5조2항)의 의미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개정안은 사업장 출입 및 시설 사용에 관한 노사 간 합의된 절차 이외에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내부 규칙(취업규칙)(개정안 5조3항)에 따라 산별노조 조합원의 지회 사업장 출입을 금지시킬 수 있다. 산별노조 조합원이 지회 사업장 내에서 조합활동을 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비록 ‘사용자는 합리적 이유 없이 종사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등을 거부해서는 아니된다’(개정안 5조4항)고 규정돼 있으나, 사용자가 임의로 정한 ‘사업장 내부 규칙’를 이유로 ‘종사자가 아닌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 이는 ‘합리적 이유 있는 거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개정안은 폐기돼야 한다.

3. 결언 

노조법에서 3자 개입 금지조항이 삭제된 뒤에도 현재까지 산별노조 조합원들이 지회 사업장에서 발생한 쟁의행위에 참여할 경우 “외부세력의 개입”이라는 악선전에 시달렸고,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이 병존적·부분적 점거방식의 쟁의행위 정당성을 재차 확인했다. 산별노조 조합원들의 지회 쟁의행위에 참여를 정당한 산별노조 조합활동으로 인정했다. 그런데도 정부와 국회는 노동기본권을 후퇴시키는 입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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