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일환 시인

국어사전에서 낱말을 찾다 보면 이해하기 힘든 용어나 풀이를 자주 만날 수 있다. 노동 관련 낱말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호에 이어 한 번 더 그런 낱말들을 짚어 보려고 한다.

피케팅(picketing) : <사회 일반> 노동 쟁의 때에, 조합원들이 공장이나 사업장의 출입구에 늘어서거나 스크럼을 짜서 파업의 방해자를 막고 동료 가운데 변절자를 감시하는 일.

이게 과연 맞는 뜻풀이인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알고 있는 뜻과는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다. 국어사전 편찬자들은 왜 저런 풀이를 하게 됐을까? 국어사전에서 ‘피켓’을 찾으니 기본 뜻 외에 ‘노동 쟁의 때에, 내부에 변절자가 생기지 아니하도록 하기 위해 노동자측에서 내보내는 감시인’이라는 풀이가 하나 더 나온다.

피켓과 피케팅이라는 말은 서양에서 위 풀이와 같은 뜻을 지닌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도 노동 관련 용어를 다룬 사전이나 자료에 그런 의미를 담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일반인들이 흔히 사용하는 피케팅의 의미를 국어사전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5일 오전 새해 첫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린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앞에서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방기 규탄 및 주주활동 촉구 피케팅을 하고 있다.(2020년 2월5일자 연합뉴스)

이 기사에서 보는 것처럼 피케팅은 노동운동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시위 방법이며,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자신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의미를 뜻풀이에 추가해 주어야 한다.

조합전종자(組合專從者) : <법률> 취업은 아니하고 노동조합의 업무를 맡아보는 사람. 사용자와의 고용 관계는 유지되지만 휴직으로 취급한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사람 중에 이 용어를 들어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4조는 ‘노동조합의 전임자’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다. 우리 법률에 없는 ‘조합전종자’라는 용어는 일본어사전에 나온다. 일본 사람들이 쓰는 용어를 왜 우리 국어사전에 올려놓은 걸까? 더구나 풀이에 나온 ‘취업은 아니하고’라는 구절은 틀린 말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조합전임자’라는 말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만 표제어로 올라 있다.

노동가요(勞動歌謠) : 일을 즐겁게 하고 공동체 의식을 높여서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 부르는 노래. 농사를 지으며 부르는 농업 노동요, 고기를 잡으며 부르는 어업 노동요, 상여 따위를 메고 나갈 때 부르는 운반 노동요, 부녀자들이 길쌈을 하면서 부르는 길쌈 노동요 따위가 있다. =노동요.

표준국어대사전에만 있는 말인데, 무척 자세한 풀이에도 불구하고 황망함을 안겨 준다. 노동가요와 노동요를 동의어로 처리하고 노동가라는 말도 같은 뜻으로 표제어에 올렸지만, 노동가요라는 말의 쓰임새는 분명히 다르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노동가요 대신 노동가를 표제어로 올리면서 ‘노동자가 노동운동, 혁명 운동 따위를 할 때 부르는 노래’라는 뜻을 덧붙였다.

민중가요(民衆歌謠) : <음악> 민중이 한마음, 한뜻으로 즐겨 부를 수 있도록 작사·작곡된 노래.

역시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풀이다. 같은 낱말풀이라도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뒤에 ‘보통 당대의 문제를 비판하거나 풀어내고자 하는 집단적인 의지를 노랫말로 삼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 더 들어갔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의 부실함을 발견할 때마다 한숨이 나오곤 한다.

박일환 시인 (pih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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