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일하는 A씨는 지난 4월 경영악화를 이유로 사직을 권유받았다. 그런데 이후 구직사이트에 A씨가 하던 업무 채용공고가 올라온 것을 봤다. A씨가 권고사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자 병원은 A씨를 왕복 4시간 거리에 있는 지점으로 발령 냈다. 결국 A씨가 그만두자 병원은 자진 퇴사로 처리했다.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게 한 것이다. A씨는 “당시 너무 힘들어서 ‘실업급여 받고 모든 것을 잊자’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병원은 자진퇴사 처리하는 방식으로 뒤통수를 쳤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를 핑계로 노동자들에게 임금체불이나 연차강요·무급휴직·부당해고·공짜야근을 강요하는 사업장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5월부터 7월까지 제보받은 사례를 26일 공개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B씨가 다녔던 회사는 코로나19로 회사 사정이 안 좋다며 4월과 5월 급여를 60% 수준으로 삭감했다. 그런데도 주 6일 출근을 요구했다. B씨는 급여 원상복구나 근무일수 조정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모두 거부했다. B씨의 선택은 퇴직이었다.

한 중소기업은 코로나19로 업무가 줄어든 부서원들에게 10일 연차휴가를 강요하고, 연차가 없는 사람은 무급으로 쉬게 했다. 형평성을 맞춘다는 이유로 일이 많은 부서에도 10일의 연차를 강제로 쓰게 하면서도 ‘금토일’ 혹은 ‘토일월’ 같은 방식으로 연차를 휴일에 붙여 쓰지 못하게 했다.

김한울 공인노무사(직장갑질119)는 “사용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연차유급휴가는 노동자의 시기지정권이 보장된 권리고, 해고도 단순히 코로나19 때문에 경영이 어렵다는 수준이 아니라 회사를 운영할 수 없을 정도의 긴박한 경영상 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을 사용자가 증명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119는 “사장님들이 코로나19를 만능 치트키처럼 사용해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며 “정부가 특별근로감독을 비롯한 대책으로 불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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