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민주노총이 참여한 노사정 사회적 대화 합의는 지난 23일 열린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 표결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노사정 최종 합의안’이 부결되면서 물거품이 됐다.

김명환 집행부는 출범 이후 사회적 대화 참여를 꾸준히 시도했지만 내부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실패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월에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안건을 정기대의원대회에 상정했지만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행사를 마쳤다. 당시 수정안이었던 △조건부 참여 △정부 선 조치 후 참여 △경사노위 불참 및 대정부 투쟁 등 3건이 모두 부결됐다. 경사노위 참여 원안은 표결에 부치지도 못했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드는 대화를 주도했지만 새로운 대화기구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 극복을 위해 제안된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거칠게 터져 나왔다. 협약식이 예정됐던 지난 1일 오전 중앙집행위원회는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몇 차례 중집이 거듭됐고 김명환 위원장의 임시대의원대회 직권소집으로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지도부 사퇴’라는 배수진까지 쳤지만 결국 장벽을 넘지 못했다.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잔혹사는 처음이 아니다. 지금까지 민주노총에서 사회적 대화 참여를 시도한 집행부는 어김없이 반대에 부딪혔고 사퇴했다. 시작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부터다. 민주노총은 그해 1월 출범한 김대중 정부의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 협약’ 합의안을 도출해 냈지만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지도부가 노동자들을 팔아먹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합의안은 대의원대회에서 67.6%로 부결됐다. 당시 배석범 직무대행을 비롯한 지도부는 사퇴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 대화를 ‘정부의 들러리’를 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2005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수호 당시 민주노총 위원장은 사회적 교섭 전략을 추진하려 대대에 안건을 올렸지만, 치열한 논란 끝에 일부 대의원들이 퇴장하면서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마무리됐다. 같은해 2월 안건을 재차 올린 임시대대는 시너와 소화기 분말가루가 난무하는 폭력사태로 막을 내렸다. 그해 3월 대대 역시 대회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이수호 집행부는 같은해 10월 사퇴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민주노총은 사회적 대화보다 대정부 투쟁에 집중했다. 노동존중 사회를 내건 문재인 정부에서도 사회적 대화는 여전히 민감한 주제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반복되는 민주노총의 역사도 흥미롭다. 조합원들은 어떤 집행부를 선택하게 될까.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