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6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1부 금융인공제회 어떻게 도입할까 토론회이 모습. <이재 기자>

60돌을 맞은 금융노조(위원장 박홍배)가 금융노동자의 복지를 증진하고 금융노동운동의 과거와 미래를 짚는 토론회를 연속 개최했다.

금융노조는 23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창립 6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금융인공제회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금융노동운동 60년 성과와 과제’ 토론회를 잇달아 개최했다. 박홍배 위원장은 “금융노조 100년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며 “두 주제의 토론회는 금융 노동자의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부조 체계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고, 역사를 교재 삼아 미래를 향한 과제와 방향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1부 첫 토론회는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가 발제를 맡아 금융인공제회 설립 필요성과 의의를 설명했다. 권희원 노조 금융정책본부 부위원장과 공광규 노조 정책전략본부장, 김형기 위맥공제보험연구소 대표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상훈 노조 금융경제연구소장이 토론회를 이끌었다.

85만 금융 노동자, 업종 따라 임금수준·노동환경 상이

권 교수는 △연금의 낮은 소득대체율 △초고속 고령화 △취약한 사회안전망 △제도적 은퇴연령과 연금수령 시점 간 차이 △금융권 조기퇴직의 확산을 금융인공제회 도입 배경으로 꼽았다. 그는 “국내 연금구조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이 가입한 사적연금으로 구성돼 있는데 금융노동자는 은퇴시점이 50대 중반으로 일러 소득공백이 발생한다”며 “국민연금은 수령시점이 늦고 소득대체율도 40%에 불과해 은퇴 후 생활 가능한 소득을 보장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산업 노동자보다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지만 일찍 은퇴하는 금융노동자의 특성상 소득공백이 장기화해 가정경제 생활의 불안정과 위기가 초래된다”며 “금융인공제회를 도입하면 조기퇴직에 따른 재정위험과 불안정한 소득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가 금융인공제회 설립 논의를 본격화한 건 외환위기 이후다. 공광규 본부장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환경이 변하면서 구조조정이 진행돼 퇴직 후 생활안정 확보와 복리증진을 위한 공제회 필요성이 제기돼 논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2009년 금융산업 노사가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금융인공제회 설립에 협력하기로 했고, 2010년·2013년·2014년 잇달아 노사 양측이 금융인공제회 설립에 손을 잡기로 했다.

그러나 걸림돌은 있다. 금융인공제회 가입 대상이다. 권희원 부위원장은 “국내 금융노동자는 약 85만명”이라며 “이들 모두를 가입 대상으로 하기엔 임금과 노동환경 등이 상이해 어렵고, 금융노조 노동자들로만 한정한다면 대표성이 없어 설립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별 실리주의보다 사회적 연대 강화 나서야”

2부 발제는 노조 17대 위원장을 역임한 추원서 경기대 교수(국제관계학)가 맡았다. 추 교수는 금융노동운동이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변모했다고 설명했다.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과 조남홍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사무총장, 한석호 전태일재단 기획실장, 이상훈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추 교수는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는 정치적·법적·제도적 제약으로 체제 순응적 노동운동이라는 한계를 보였다”며 “외환위기로 인해 노동자의 고용안정이 흔들리면서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보다 투쟁적인 성향을 띠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반기는 주로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운동이었다면, 1990년대 후반부터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자본자유화가 강화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과제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추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확산 후유증으로 인한 노동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면 업무 확산 등 기존 노동관행을 흔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산별체제 정착과 완성도 제고, 간부 발굴·육성과 지부 활동 활성화, 정책기능 보완과 강화, 조직과 재정의 안정 도모, 연대와 협력을 통한 운동의 지평 확대 등을 금융노조 재도약을 위한 과제로 꼽았다.

금융노조가 노동자계급의 정치·사회적 이익을 보호하는 역할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황선자 부원장은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했음에도 사업 집행과 교섭체계는 여전히 기업별 체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대다수 노조가 기업 울타리에 갇혀 경제적 실리주의를 취하고 있는데, 전체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을 목표로 사회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융산업의 디지털화 대응 정책 마련도 주문했다. 황 부원장은 “어떤 업무를 디지털화하고 어떤 업무를 인간이 수행할지 기술과 인간의 협업 분야 등 금융산업의 디지털화에 따른 보완·대체 업무, 새롭게 나타나는 업무나 일자리 등을 파악해 노동자 보호를 위한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