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호 공무원노조 대변인(부위원장)

“22년 만에 노사정 대타협 이뤄” “코로나19 극복 위해 노사정 상생 협력, 고통분담하기로” “노동계, 경영위기 기업의 근로시간단축·휴업 요청에 적극 협조하기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1일 노사정대표자회의 합의 조인식에 참석해서 서명을 했다면,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는 노사정 대표자들의 사진과 함께 모든 일간지 1면에 실렸을 법한 기사 제목을 상상해 봤다.

이번 노사정 합의안 조인식이 무산된 이후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과 경제신문 기사를 보면 김명환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노사정 합의를 성사시켜야 한다는 논조 일색이다. 노사정 합의를 알맹이 없는 합의라고 비판하면서도 막상 합의를 반대하니 그들은 합의를 종용하며 민주노총을 압박하고 있다. 왜 보수언론들은 노사정 합의가 성사되길 바라는가.

애초 민주노총이 노사정 대화를 제안했던 이유는 명백하다. 코로나19로 유례없는 위기 국면에서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노사정 합의의 핵심은 ‘총고용 보장과 해고금지’가 돼야 했다. 하지만 노사정 대화의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고통분담이 전면에 등장했으며,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하는 용납할 수 없는 반노동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이번 노사정 대화 결과는 2015년 공무원연금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한 연금개악과 너무나 흡사하다. 2015년 당시 대타협기구에서는 공무원연금을 개악하면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상향을 합의했지만, 결과적으로 공무원연금법은 개악됐다. 반면 국민연금법 개정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노사정 합의안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사측은 경영위기로 휴업수당 감액신청, 근로시간단축, 휴업을 바로 진행할 것이고 노동계는 투쟁도 못하고 적극 협조해야 한다. 전 국민 고용보험·상병수당 등은 입법과제로 그 공을 국회로 넘겨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현금을 내주고 부도난 어음을 받는 격이다.

이번 노사정 합의안을 반대하는 것은 이런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이유 때문인데,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집행부는 반대하는 중앙집행위원회 위원들을 소위 ‘강경파’로 규정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세력인 것처럼 프레임을 만들고 있으며, 이런 입장을 보수언론이 그대로 받아쓰고 있는 형국이다.

합의안에는 직종·고용형태 등에 따라 유리해 보이는 조항도 있다. 누구에게는 유리하고 누구에게는 독이 되는 합의안은 조직 구성원의 단결을 해치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단결을 해치는 합의는 몇억, 몇조를 따낸다고 해도 실패한 교섭이다.

김명환 위원장은 ‘모든 노동자의 민주노총’이라는 구호만을 반복하지 말고 합의안 어느 조항이 5명 미만, 하청, 비정규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노총에서 쏟아내는 영상·카드뉴스 등 어디를 뒤져 봐도 없다.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김명환 위원장이 직을 걸고 해야 할 일은 노사정 합의를 폐기하고 코로나19 위기로 고통받는 현장 조합원의 광범위한 요구를 담아 하반기 전면적인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다. 그것이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고 민주노총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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