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쟁취, 대리운전노동자 생존권 사수 농성투쟁 선포식'에서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이 삭발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대전에서 대리운전을 하는 노동자 A씨는 대리운전 보험료를 한 달에 30만원이나 낸다. 대리운전 프로그램을 2개 쓰는데 두 업체가 하루 5천원씩 각각 월 15만원을 부과한다.

대리운천업계에서 개인이 가입한 대리운전보험이나 타 업체 대리운전보험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A씨의 경우 15만원만 내도 되는데 두 배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대리운전 시장에 진입하려는 노동자가 많아 업체는 아쉬울 게 없다”며 “우리는 이를 (업체가 보험계약으로 이윤을 남긴다는 의미에서) ‘기사 장사’라 부른다”고 말했다. 그는 “업체들이 개인 대리운전보험을 받아들이거나 건당 보험료만 부과해 중복계약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리운전노조(위원장 김주환)는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보험 단일화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대리운전보험 중복가입은 지역·업체마다 조금씩 상황이 다르지만 ‘전국적 관행’으로 꼽힌다. 수도권은 일부 업체가 최근 들어 타업체 보험 가입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산·울산·대전 등에서 일하는 기사들은 “이중보험 문제와 중간갈취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리운전업체들은 단체보험 가입을 기사들에게 강제하는 것에 대해 “기사 개인보험 가입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대리운전 기사들의 중복가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험가입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획이 담겨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날 노조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올해 안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리운전보험은 중복가입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사들이 낸 보험료와 보험사에 신고된 보험료에 차이가 나는 문제도 있다.

노조가 전북지역 대리운전기사를 대상으로 올해 초 실태조사했더니, 납부한 보험료와 보험증권에 적용된 보험료가 최소 2만8천원에서 최대 31만원까지 차이 났다. 노조는 “중간갈취”라고 비판한다.

기사들은 대리운전업체가 소개하는 중개업체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보험사에 신고되는 보험료와 납부하는 보험료의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보험증권을 요구해도 대리운전업체가 거절하는 일도 다반사라고 한다.

김주환 위원장은 ”2017년 노조가 실태조사했더니 ‘전국적으로 35% 정도의 대리기사들이 업체로부터 중간갈취 당하고 있다’고 응답했다”며 “보험업계 담합 문제면 금감원이 나설 것이고 대리운전업체의 문제라면 노조가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