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일환 시인

노동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날은 언제일까? 5월1일, 즉 메이데이라고도 부르는 노동절이 아닐까? 하지만 ‘노동절’이라는 말은 정부가 정한 공식 용어가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노동절’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노동절(勞動節) : 1. <고유명 일반> 메이데이에 대해 대한 노총이 1957년에 3월10일로 정한 날. 1963년에 근로자의 날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1994년부터는 5월1일로 날짜가 바뀌었다. 2. <고유명 일반> 매년 5월1일에 여는 국제적 노동제. =메이데이.

정부가 ‘노동절’이라는 용어 대신 ‘근로자의 날’이라는 용어를 고집하는 이유는 ‘노동자’라는 말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국어사전의 현실은 어떨까?

노동법(勞動法) : <법률> 근로자들의 근로관계를 규정하고 근로자들의 생활을 향상하려고 만든 법규를 통틀어 이르는 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근로기준법, 노동위원회법 따위가 있다.
노동법령(勞動法令) : <법률> 근로자들의 노동에 대한 관계를 규정한 법령.
노동법안(勞動法案): <법률> 근로자들의 노동에 대한 관계를 규정한 법안.

‘노동법’이라는 명칭을 가진 법률은 없으며, 노동에 관한 법률들을 통칭하여 노동법이라고 할 뿐이다. 그럼에도 분류 항목을 ‘법률’이라고 하면서 풀이에서 모두 노동자 대신 근로자라는 말을 썼다. 앞에 ‘노동’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낱말인데도 노동자 대신 근로자를 끌어들여 설명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 왜 그렇게 됐을까? 이유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의 노동 관련 법령에서 노동자가 아니라 근로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 용어들은 어떻게 봐야 할까?

단결권(團結權) : <법률>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기본권의 하나. 노동자가 노동조건을 유지·개선하기 위해 단체를 결성하고 이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로서,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과 함께 노동삼권이라고 불린다.
파업권(罷業權) : <사회 일반> 사용자와 근로자의 사이에 임금이나 그 밖의 노동조건에 관해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했을 때에 근로자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파업을 행할 수 있는 권리.

‘단결권’은 분류 항목이 ‘법률’로 돼 있음에도 풀이에서 노동자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으며, 반면에 법률 용어가 아닌 ‘파업권’에서는 근로자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한 가지만 더 비교해 보자.

노동부(勞動部) : <행정> 노동조건의 기준, 직업안정 및 실업대책, 직업훈련, 산업재해보상 보험, 노동자의 복지후생, 노사관계의 조정 따위에 관한 사무를 맡아보던 중앙행정기관. 2010년 고용노동부로 바뀌었다.
고용노동부(雇傭勞動部) : <행정> 중앙행정기관의 하나. 고용정책·고용보험, 직업능력개발훈련, 근로조건의 기준, 근로자의 복지후생, 노사관계의 조정, 산업안전보건 따위에 관한 사무를 맡아본다. 2010년 노동부에서 이 이름으로 바뀌었다.

‘노동부’ 풀이에서는 분명히 노동자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름을 바꾼 ‘고용노동부’ 항목에서는 다시 근로자라는 말로 변했다. 그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노동자와 근로자 사이에서 핑퐁게임을 하듯 줏대 없는 행보를 하는 것만 같아 국어사전을 들여다보는 마음이 불편하다. 언제쯤 근로자의 날 명칭을 노동절로 바꾸고 법령 안에 있는 근로자도 모두 노동자로 바꿀 수 있을까?



박일환 시인 (pih66@naver.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