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위원장 박홍배)가 한국기업데이터의 보복성 인사이동으로 노동자가 사망했다며 사측에 사과와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기업데이터쪽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했다.

노조는 3일 성명서를 내고 “지난달 10일 김아무개(49) 한국기업데이터 대전지점장이 사망한 원인은 사측의 부당전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인은 2005년 기업통계 전문가로 입사해 15년간 줄곧 통계 관련 업무를 맡았으나, 지난 1월 돌연 영업직인 대전지점장으로 발령났다. 이후 6개월여만인 지난달 10일 유명을 달리했다.

고인은 가족과 떨어진 대전에서 오피스텔을 빌려 혼자 생활하다 화장실 안에서 피를 흘리고 사망한 채 발견됐다. 노조는 부당전보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사고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부당전보로 스트레스를 받아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것이란 주장이다.

사고 발단은 지난해 발생한 채용비리 의혹이다. 고인은 지난해 사원 채용 당시 1차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면접에서 송병선 대표의 지인 자녀를 탈락시켰다. 그러자 갑자기 사측이 최종 합격자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면서 탈락한 송 대표 지인 자녀가 합격했다. 노조는 이 과정에 송 대표가 개입했을 것으로 본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섰고 고인도 조사를 받았다.

노조는 “(조사 당시) 고인은 ‘내가 뽑고 싶지 않은 사람을 내가 방어해야 한다’고 괴로움을 토로했다”며 “결국 고인은 회사에 유리한 진술을 하지 못했고, 탄압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조사 진술 내용에 대한 경위서를 쓰고, 상관이 면박을 주는 등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한다.

노조는 한국기업데이터가 송 대표 취임 뒤 노동자를 압박하고 부당전보를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실제 송 대표는 2018년 취임 뒤 21차례나 인사이동을 단행했다. 전체 노동자의 54%가 4~8개월 만에 부서를 바꿨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을 쓴 것으로 추정된 노동자 약 7명을 불러다 개별면담을 실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노조는 “이 같은 인사이동은 사측과 갈등을 빚은 노동자에게 집중된 명백한 탄압”이라며 “고인과 유족을 비롯한 모든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노동탄압 중단, 재발방지책 마련 등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사측은 부당한 인사이동과 채용비리 모두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했다. 사측 관계자는 “채용비리와 부당전보 의혹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순환근무와 경력개발 등을 위한 통상적인 인사였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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