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8.7 금 11:29
상단여백
HOME 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코로나19 위기, 최저임금 역할과 인상 수준은?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본격화했다. 내년 최저임금으로 노동계는 올해보다 16.4% 오른 시급 1만원을, 재계는 2.1% 삭감한 8천410원을 제시했다. 격차가 크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고용노동부 장관이 내년 최저임금을 다음달 5일에 고시하려면 늦어도 이달 15일에는 최저임금위의 최종 결정이 나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라는 전제에 대해 노동계와 재계는 처방을 달리하고 있다. 코로나19 피해가 취약계층에게 집중하는 가운데 최저임금을 인상해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주장이다. 반면에 재계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고용상황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위기 앞에 최저임금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디까지가 적절한 수준일까.

고용보장도 안 하면서 상생 위해 삭감하자는 사용자들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장

▲ 함미영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장

최저임금위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 삭감 요구를 입에 올렸다. 핑계는 코로나고, 명분은 상생이다. 이미 사용자측은 59%의 중소기업이 최저임금 인상 시 해고 등 고용축소로 대응할 거라는 설문조사 결과로 으름장을 놓은 상태였다.

사용자측은 노동자들도 최저임금 동결·삭감을 바란다는 자료도 제출했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을 설문한 결과 57%가 그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조사결과에는 ‘고용유지 전제로 임금동결 찬성’(63%), ‘가장 시급한 노동정책은 고용유지’(84%) 등 고용불안에 떠는 목소리가 더욱 크다. 그러니 상황을 정확히 보자. 현재 상황은 임금동결까지 수긍할 정도로 고조된 코로나 시대의 고용불안에 대해 정작 결정권을 쥔 사용자 대표들이 내놓은 답변이 바로 최저임금 삭감이라는 거다.

과연 최저임금 동결·삭감에 찬성한 노동자들은 그 보상으로 고용유지를 약속받을 수 있을까? 우리 보육교사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나를 포함한 24만 보육교사의 사용자는 국가와 각 어린이집 원장이다. 국가는 사업지침에 ‘계약기간을 명시하지 않는 계약을 체결함을 원칙’이라고 적었지만 실제 현황엔 개입하지 않는다. 그 결과 원장들은 1년짜리 계약을 맺으며 매년 교사 물갈이를 이어간다. 그로 인한 압박감은 보육교사들 역시 고용유지만 약속받는다면 임금동결에 합의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다.

더욱이 전체 보육교사 중 민간·가정어린이집 교사, 대체교사, 보조교사 등 약 20만명은 1년을 일하든 10년을 일하든 매년 최저임금만을 받고 일한다. 아이들의 그날그날 식사와 건강상태부터 온갖 책임을 지는 이들에게 국가와 원장들이 강요해 온 임금수준이다.

지금껏 국가도, 원장도 상생하자며 보육교사의 고용안정을 보장해 준 적은 없다. 우리의 고용이 보육의 질, 아이들의 행복과 직결되는 문제인데도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사용자측의 최저임금 삭감 요구를 절대 상생의 뜻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이용한 사용자 측의 요구에 염치를 따져 묻고 싶다.

급격한 인상, 최저임금 근로자 일자리도 위협해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 본부장

▲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 본부장

코로나19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에 역성장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크다. 중소기업 4곳 중 3곳에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최저임금은 인상 속도가 매우 빠를 뿐 아니라 상대적 수준도 높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와 유사한 산업 경쟁국과 비교하면 사실상 최고 수준이다. 실제로 우리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최근 3년(2018~2020년)간 32.8%에 달한다. 이 기간 OECD 29개국 평균 인상률 21.1%의 1.6배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산업경쟁 관계에 있는 주요국과 비교하면 2~8.2배나 높다.

부담능력을 초과하는 최저임금 때문에 이미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은 16.5%에 이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에서 최저임금도 못 주는 비율이 42.8%, 5명 미만 사업장은 37%나 된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최저임금 근로자의 일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초단시간 일자리의 수직 상승이 대표적인 예다. 3만명대 수준을 유지하던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일자리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서 대폭 늘어 2018년에는 13만5천명, 지난해엔 20만7천명에 육박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과도하게 높아진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추정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6월 중소기업 근로자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노사정이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최저임금 동결하도록 합의’하는 것에 63%가 찬성했다. 가장 시급한 노동정책도 ‘고용유지(83.5%)’가 첫 번째로 꼽혔다.

내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사용자위원이 올해보다 2.1% 낮은 180원 감액안(시간급 8천410원)을 제시한 이유다.

최저임금으론 생활 못해, 코로나19 위기에 인상 절실
김현중 한국노총 수석부위원장

▲ 김현중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최저임금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 취지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양극화 해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더욱 궁지에 몰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올랐다는 주장은 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 생계비·유사 노동자 임금·노동생산성·소득분배율을 고려해 결정한다. 지금 수준의 최저임금은 노동자 생계비조차 보장이 어렵다.

최저임금위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실태생계비가 최저임금보다 높다. 지난해 생계비 중에서 가장 수준이 낮은 비혼 단신 노동자의 생계비는 약 218만원인데, 최저임금으로 받는 한 달 월급 약 175만원보다 40만원가량 높다. 최저임금으로 기본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단 이야기다.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가구의 생계를 책임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런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4인 가구의 생계비는 약 585만원이다.

게다가 그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눈에 보이는 숫자보다 낮았다. 지난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0.9%였다. 지난해엔 2.87%를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해 실질임금인상률은 낮다는 결론이 나온다. 산입범위 확대를 고려한 지난해 시간당 실질임금인상률은 6.7%로, 올해 실질임금인상률은 1%로 뚝 떨어진다. 산입범위 확대 결과를 계산할 산식마저 복잡해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가리는 것도 어려울 지경이다.

최저임금 논의에 앞서 한국노총은 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임금반납 시도 등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풍토를 조성하지 말 것과 최저임금과 통상임금 산입범위를 일치시킬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개악과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막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인상 어렵다면 제도개선 논의라도 이뤄져야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답이 잘 안 보이는 형국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2022년까지라도 어떻게 하든 1만원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2021년 곧바로 1만원으로 가기 힘들 수 있기 때문에 2년 동안 인상률을 7~8% 수준으로 가져가 보자는 얘기다. 이런 요구가 검토되기 시작한 지난해·올해 초에도 현실화하기 쉽지 않은 과제라 다들 판단했다. 지난해 인상률이 2.87%로 너무 낮았기 때문에 그보다는 소폭 높은 인상률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는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졌다. 노동계도, 전문가들도 모두 길을 잃어버렸다. 최저임금 투쟁을 위한 노동계 내부 논의도 활성화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위 가동을 앞두고 20%대 인상을 요구했다. 한국노총과 협의해 노동계 단일안은 1만원, 16.4% 인상으로 정리가 됐다. 내수를 살리고, 최저임금 목적에 부합하도록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지킬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노동계 의견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올해 우군을 만들기 쉽지 않아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을 말하는 정치권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인상 논의가 쉽지 않다면 최저임금제도 개편 문제라도 다룰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 분위기는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칼자루를 쥔 공익위원들이 어떻게 결론을 낼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편집부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집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