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열심히 일하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제때 처리 안 한다’거나 ‘한 달도 넘게 전화도 없더라’ 같은 이야기를 들으니 안타깝죠. 우리도 시민들이 원하는 만큼 서비스해 주고 싶은데, 그렇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니 어려움이 많아요.”

2일 A지역에 있는 한 고용센터에서 일하는 공무원 ㄱ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업무가 늘어난 상황에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지급·심사 업무를 떠맡게 된 상황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부터 3주간을 ‘집중 처리 기간’으로 정하고 노동부 본부와 지방관서 전 직원(공무원)을 투입해 지원금 지급·심사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노동부의 집중 처리 기간 운영방침은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청이 몰리면서 2주 이내 지급 처리가 어렵게 되면서다. 기존에는 수급 희망자들이 온라인이나 고용센터를 통해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신청하면 지급센터가 지급·심사하는 구조였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집계된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청 건수는 전날 기준 108만6천225건을 기록했다. 노동부가 예상하는 지원 대상 약 114만명의 95%다.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었는데도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프리랜서·영세 자영업자·무급휴직자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돈이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에게 3개월 동안 150만원을 지급한다. 지급센터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지급을 위해 서울과 세종·부산을 포함한 8곳에 한시적으로 설치됐다. 1천300여명의 기간제 노동자와 고용센터 공무원 일부가 지급센터에 투입됐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제때 처리 안 한다고 욕먹고”

문제는 인력충원 없이 고용센터가 지원금 지급업무까지 맡게 되면서 직원들이 높은 업무량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위기로 고용센터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 이미 업무가 포화상태라는 점도 직원들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지영석 국가공무원노조 고용노동부지부장은 “실업급여나 취업성공패키지 이용·수급 희망자도 늘었고 기존에 없던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청 업무에도 투입되면서 업무량이 이미 높아진 상황”며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자도 말도 못할 만큼 늘어서 주 70시간 이상 일하느라 일부 노동시간을 ‘봉사’로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청 업무에 계약직을 일부 투입하기도 했지만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은 기존에 하던 업무는 그대로 하면서 남는 시간에 배정된 지급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 ㄱ씨는 “코로나19 시기에 어려운 분들을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부담이 너무 크다”며 “내 일을 하다가 새로운 업무를 해야 하니까 기존 업무에 매진하기도 어렵다”고 호소했다. 무기계약직인 직업상담원들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김정제 공공연대노조 고용노동부지부장은 “직업상담원들은 희망자에 한해 지급·심사업무에 투입되고 있다”며 “직접 업무에 투입되지는 않아도 추가 업무에 투입되는 사람의 기존 업무를 떠맡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업무가 늘어나는 건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일할 수 있는 여건 만들어 줘야 … 인원충원 필요”

인력 부족은 서비스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ㄱ씨는 “저도 오늘 일을 배정받았는데 지난달 5일 신청받은 것인데 서류가 미비하더라”며 “그동안 연락 한 통 없다가 한 달 지나 보완해 달라고 하면 안내 제대로 안 했다고 화내고 육두문자가 날아올 것이 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생은 고생대로 하는데 제때 안내 못한다고 욕먹으니까 안타깝다”며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일할 수 있게끔 인력충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노동부는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고용센터 급증 업무 처리를 위해 계약직 1천명분의 인건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는 395명 인건비만 반영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 증원이 논의되고 있다. 지영석 지부장은 “코로나19 이후 업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과포화 상태”라며 “노동부에서 신청한 인원을 다 배정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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