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0시간 이상 일하는 여성노동자는 비만 가능성이 주 40시간 미만 일하는 노동자보다 2.7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 일하는 우리나라에서 가사노동과 육아 이중고에 시달리는 여성노동자 건강 문제에 대한 정부차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혜선 가톨릭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엄미정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원은 보건복지부 자료를 이용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여성노동자 2천90명 건강상태를 분석한 논문을 11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 주 60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는 주 40시간 미만을 일한 노동자보다 체질량지수 25 이상인 경우가 2.7배 높았다. 체질량지수는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도를 가늠하는 지수다. 체질량지수가 25~30이면 과체중, 30 이상은 비만, 40 이상을 고도비만증으로 구분한다.

야간노동도 여성의 비만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야간근무나 교대근무를 하는 노동자는 통상근무를 하는 노동자보다 비만 가능성이 1.2배 높았다.

정 교수는 “장시간노동과 야간노동은 스트레스를 유발해 비만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식사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소화기능이 취약해지고 에너지 대사에도 영향을 미쳐 비만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시간노동과 야간노동을 하면 운동 등 체중조절을 할 시간이 부족해 비만관리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문제는 비만이 고혈압과 당뇨병·심혈관계질환 위험을 증가시키고 사망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장시간노동이나 야간노동을 하는 여성은 생체리듬 변화로 생리학적인 문제를 일으킬 위험성이 크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은 가사와 육아 부담이 크고 휴식시간이 대체로 부족한 업무환경에서 일한다”며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여성노동자의 건강 문제는 사회적 파급력이 큰 만큼 국가 차원에서 여성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 '환경연구 및 공중보건'에 개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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