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산업노조가 금융구조조정의 내용과 방식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다가11일 저녁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향후 은행구조조정의 일정이나 방법에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정부는 노조의 요구조건을 일부 수용했으나 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 예금부분보장제 시행 등 금융개혁의 기본 테두리를 지켜냈기 때문에 은행구조조정에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그러나 노조가 주장하는 관치에 의한 부실해소 요구에 대해 은행건전성제고 차원에서 과감하게 털어준다고 약속함에 따라 공적자금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치금융청산 특별법 제정의 경우 정부는 법제정 자체에는 반대했지만 관치로 `오해'받을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한다는 내용을 총리령이나 국무회의 지시 등의 형식으로 담보하겠다고 약속, 감독권 행사와 관련해 관치시비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개혁골격 변함없다= 정부는 금융노조의 집요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회사제도와 예금부분보장제(원리금 2천만원한도)는 당초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따라서 정부는 연내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을 지주회사의 `핵우산'아래 묶을 수 있는 길을 텄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발표한 은행권 잠재부실을 반영한 6월말 반기결산자료가 나오는 8월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8%를 밑도는 공적자금투입은행이나 부실은행에 대해 자구계획서를 받기로 했다.

자구계획을 검토해 타당성이 있고 이를 시장이 인정할 경우 독자생존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증자, 외자유치 등 자본확충 계획의 타당성이 떨어지고 실현가능성이 없는 은행은 2∼3개를 묶어 금융지주회사로 통합, 2∼3년간의 적응기간과 슬림화. 전문화 과정을 거쳐 해당 은행들이 원할 경우 합병 수순을 밟기로 했다.

한빛. 조흥.외환.서울은행과 일부 지방은행들이 이같은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은 우량은행들은 스스로 독자생존이나 지주회사제도 편입 등을 결정하게 된다.

◇공적자금 부담 커진다= 정부는 노조가 `관치에 의한 부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은행의 예금보험공사 대출금 , 은행이 떼인 러시아경협차관, 수출보험공사가 은행에 대지급해야 할 돈 등을 연내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해소해주기로 했다.

현재 예금보험공사 대출금은 4조원, 러시아경협차관자금은 연체료와 이자를 포함해 모두 13억달러이며 수출보험공사가 은행에 대지급해야 할 자금은4천억∼5천억원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적자금을 추가로 염출해야 한다.

현재정부가 조성한 공적자금은 바닥을 드러낸 상태여서 어디서 이 자금을 동원할지가 관심이다.

정부는 이외에도 오는 8월 은행 반기결산 결과 BIS 자기자본비율이8%이하인 은행에 대해서는 후순위채 인수, 증자 등의 방식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은행 모럴해저드 방지, 감독권행사 쉽지 않다= 정부는 노조의 요구에 밀려 정부 주도의 강제합병을 하지 않고 지주회사제를 통한 통합시 인력. 조직감축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따라서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은행 통합시 강제합병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지주회사로 통합된 은행들이 서로의 필요에 따라 2∼3년내 합병하게 되고 인력. 조직감축이 불가피할 경우에도 노조는 `노.정 합의'를 걸어 문제를 삼을 소지가 있다.

`관치'의 오해가 있는 행위를 자제하고 총리령이나 국무회의 보고 등으로 문서화한다는 약속도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정부는 `관치'를 과거 정권에서 자행됐던 인사. 대출간섭으로 보고 있지만 노조는 여기에 시장안정을 위한 금융기관의 각종 기금조성과 금융감독기관의 통상적인 전화 창구지도, 구두 회의소집 등을 모두 관치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금융감독기관의 통상적인 감독행위라고 보는 것을 노조가 `관치'로 해석할 경우 사사건건 갈등이 촉발될 우려가 있다.

이렇게 되면 금융기관의 건전성감독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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