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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일 만에 땅 밟은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해고는 살인, 회사 경영 어려워도 함부로 해고는 안돼”
▲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지난 29일 오후 서울 강남역 철탑 농성장에서 내려오고 있다. 355일 만이다. 정기훈 기자
“마지막이라니 믿기지 않네요. 동지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노동운동 역사 속에 자리매김할 수 있는 이 큰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 주신 동지 여러분 눈물 나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29일 오후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61)씨 목소리가 동료의 휴대전화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355일 만에 땅으로 내려오는 김씨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밝았다. 통화를 마친 그는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하트 모양을 만들며 웃었다. 하늘집에서의 마지막 통화였다. 김씨는 지난해 6월 삼성에 사과와 복직을 요구하며 서울 강남역사거리 25미터 교통관제철탑 위에 올랐다.

31일 삼성피해자공동행동·과천철거민대책위원회·보험사에대응하는암환우모임 등으로 구성된 김용희 삼성 해고노동자 고공농성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김용희씨가 삼성과 사과와 명예복직, 해고기간에 대한 배상에 합의했다. 4월29일 협상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삼성은 삼성피해자공동행동을 통해 “김용희님의 장기간 고공농성을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는 사과글을 공개했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 사과와 배상 합의

119의 굴절 사다리차가 김씨에게 올라갈 준비를 하는 동안 김씨는 삼성 로고가 그려진 깃발을 깃대에서 걷어 냈다. 땅으로 내려온 그는 동료가 준비한 새 신발을 신고 깃발을 지팡이 삼아 걸었다. “용희야 고생했다. 고생했어.” 그의 투쟁을 지켜보고 함께한 동료의 목소리가 허공 위로 퍼졌다. “마침내 김용희는 땅으로”라고 쓰인 케이크와 꽃다발이 그를 반겼다.

“해고는 살인입니다. 노동자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사회적 약자입니다. 아무리 회사 경영이 어렵다고 해도 함부로 해고해서는 안 됩니다.”

공동대책위가 이날 연 ‘투쟁 승리 보고대회’에서 김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죽을 각오도 많이 했다”며 “강남역을 찾고 연대해 오는 동지들 눈에 눈물 나게 하지 말자, 아픔 주지 말자는 생각에 버텨 왔다”고 말했다. 1982년 삼성정밀주식회사 시계사업부에 입사한 김씨의 불행은 1990년 시작됐다. 삼성그룹 경남지역노조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다. 각종 노조탈퇴 회유와 협박에도 노조를 포기하지 않자 회사는 김씨에게 누명을 씌워 부당해고했다.

삼성의 사과를 받기까지 김씨의 투쟁은 끈질겼다. 폭염과 혹한, 흔들리는 철탑 위에서 정년퇴직 나이인 만 60세 생일을 맞기도 했다. 55일이 넘는 단식을 하느라 몸무게가 30킬로그램 넘게 빠지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대법원 판결 3일 전,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에서 법적 문제와 무노조 경영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하던 지난 6일. 그의 단식은 잊을 만하면 재개됐다. 김용희씨의 투쟁 과정에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같은 시민사회 원로와 반올림·꿀잠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도 힘을 보탰다.

“여전히 노조와 교섭할 의지 없는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의 투쟁은 끝났지만 삼성이 정말 무노조 경영을 폐기한 것인지는 여전히 미심쩍다. 공식사과문에는 “김용희님은 해고 이후 노동운동 과정에서 회사와 갈등을 겪었고 회사가 그 아픔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삼성은 이날 공식입장을 통해 “회사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인도적 차원에서 대화를 지속했다”고 발표했다. 노조·부당해고 같은 표현은 없었다.

삼성그룹사 노조 교섭도 안갯속이다. 이창완 삼성디스플레이노조 위원장은 “5월26일 삼성디스플레이가 위치한 충남 아산 탕정면사무소(탕정행정복지센터)에서 첫 교섭을 했다”며 “교섭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노조가 수차례 기본협약 체결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수용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회사가 교섭은 한 달에 두 번 두 시간씩만 교섭을 하자고 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을 때 기대가 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실망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임원위 금속노조 경기지부 삼성웰스토리지회장도 “삼성이 변화될 기미가 보인다는 기대는 안 한다”고 잘라 말했다. 임 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걸려 있다 보니 보여주는 제스처일 뿐 삼성 내부의 변화는 없다”며 “노사 공존의 역사를 써 봤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웰스토리지회는 사측과 11차례 임금교섭을 하다 올해 3월 교섭이 결렬됐다. 이후에도 교섭은 타결되지 못했고, 결국 지회 간부를 포함한 모든 조합원이 노사협의회 합의안을 기초로 한 합의서에 서명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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