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임아무개(53)씨는 부산항으로 수출품을 운송하는 컨테이너트럭 화물노동자다. 그는 지난 2017년 8월31일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부산항 5부두에서 크레인이 컨테이너에서 분리되지 않은 화물차량을 함께 들어올린 것이다. 당시 크레인이 컨테이너를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위치 조정을 위해 차량 운전석에 있었던 임씨도 1.5미터 가량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차량과 함께 추락했다. 이 사고로 척추가 골절됐고 임씨는 22주가량 병원치료를 받았다. 병원비만 1천200만원이 나왔다. 그런데 임씨는 치료비를 비롯해 단 한 푼도 보상받지 못했다. 크레인 운전기사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금고 6개월, 집행유예 1년형을 받았을 뿐 누구도 임씨의 업무상사고에 책임지지 않았다.

27일 임씨를 비롯한 화물노동자 8명이 근로복지공단에 집단 산재신청을 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이날 오전 울산 중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화물노동자에 산재보험을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올해 7월부터 화물 지입차주 7만5천명 산재보험 적용하지만…

화물연대본부는 복지사업을 하면서 조합원 사망통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목숨을 잃은 화물연대본부 조합원은 159명이다. 본부가 고인의 사망진단서를 분석해 업무상재해 유형을 추정했는데 화물노동자 산재사망만인율은 7.26으로 지난해 전체 노동자 평균 사망만인율(1.08)의 일곱 배에 육박한다.

고용노동부 통계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2014~2016년 화물노동자의 평균 산재사망만인율은 7.03으로 일반노동자의 6.9배였다.

문제는 화물노동자들이 산재보험에서 배제돼 있다는 것이다. 본부는 “화물노동자는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노동조건, 위험한 도로환경을 달리는 시한폭탄처럼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산재보험 가입 대상에서 배제돼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올해 7월부터 전속성이 높은 화물노동자부터 단계적으로 산재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안전운임제가 적용되는 철강재,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위험물질 운송 노동자 7만5천명이 그 대상이다. 하지만 화물연대본부는 “전체 40만명의 화물노동자 중 산재보험 적용 대상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하루빨리 화물노동자 산재보험 적용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하차 작업 중 지게차 운전하다 사고 비일비재

화물노동자의 산재사망 유형을 보면 교통사고가 60%가량을 차지한다. 나머지 40%는 운송 외 상하차 작업이나 지게차 운전 같은 부수작업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다. 빨리 짐을 내리고 다음 운송장소로 이동해야 하는 화물노동자는 을의 위치에 있고, 화주는 갑의 위치에 있다 보니 화물운송 계약내용과는 무관한 업무가 화물노동자 몫으로 전가된 결과다.

노동부 산재보상정책과는 지난해 6월28일 ‘계약내용과 다른 업무 수행 중 발생한 화물자동차 운전자 사고 처리 지침’을 내놓았다. 화물운송 계약내용과 다른 업무를 수행하다가 화물노동자가 재해를 입으면 산재보험으로 처리한다는 내용이다. 보상기준은 해당 사업장 유사노동자 임금으로 하되, 없는 경우 최저임금액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화물노동자가 산재보험 당연적용 대상이 아니더라도 업무지시를 한 사업자 소속 노동자로 산재보험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노동부는 “화물 운전자를 임의가입 대상이 아닌 임시고용된 노동자로 보고 산재 처리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화물연대본부가 꾸준히 민사소송을 통해 판례를 축적한 결과 이런 내용의 사고 처리 지침이 나오게 됐다.

이날 집단 산재신청을 한 임씨를 비롯한 8명의 노동자 모두 운송 외 업무를 하다가 산재를 당했다. 철근을 내리다가 차량에서 떨어진 노동자, 우유를 싣다가 팰릿에 걸려 넘어진 노동자, BCT차량에 석회석을 상차하다가 탱크가 폭발해 실명한 노동자다. 근로복지공단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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