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이 25일 오전 국회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21대 국회 우선 입법 촉구 농성 시작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 노동자들이 일하러 나갔다가 다시는 영영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야 한단 말입니까. 이젠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우리 노동자들이 이렇게 21대 국회 개원 전부터 행동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25일 오전 국회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살기 위해 하는 농성”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 뒤 국회 앞에 농성장을 꾸렸다. 21대 국회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우선 입법하라고 촉구하기 위해서다. 민주노총은 “한 해 2천400명, 하루 6~7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는데도 20대 국회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심의조차 하지 않고 폐기했다”고 비판했다. 21대 국회가 개원할 때까지 민주노총 산별노조 간부 50명씩 매일 번갈아 가며 농성에 참여한다. 이날은 금속노조 간부들이 농성을 했다. 이달 27일에는 여러 시민단체와 함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를 발족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는 중대한 산재사고 발생시 기업과 기업주, 관련 공무원을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다.

판박이 사고 반복되는 이유는?

올해도 노동자들은 각종 노동현장에서 다치고 숨졌다. 문제는 최근 발생한 사고와 비슷한 사고가 과거에도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사고가 그렇다. 사고로 하청업체 소속 건설노동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는데, 2008년 1월에도 이천 코리아2000 냉동창고에서 불이 나 40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1일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30대 물량팀 노동자 아르곤가스 질식 사고도 마찬가지다. 현대중공업에서는 2012년 5월에도 하청노동자가 용접부위를 점검하러 배관 안에 들어갔다가 아르곤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일이 있었다. 지난 13일 강원도 삼표시멘트 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60대 노동자가 숨진 사고와 지난 22일 광주 폐자재 재활용업체 ㈜조선우드에서 파쇄기에 끼여 20대 노동자가 숨진 사고 과정도 닮았다. 두 노동자 모두 사고 당시 혼자 작업하고 있었다. 위험에서 구해 줄 사람이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의미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과거에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재정비하지 않아 또다시 사고가 반복됐다”고 지적됐다. 김동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노동자가 죽어 나가도 원청 사용자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법·제도하에서 원청이 안전을 우선하고 안전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며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광주 파쇄기 협착사고가 과실사? … 유족에 사과하라”

한편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는 지난 22일 조선우드에서 발생한 노동자 죽음과 관련해 최근 검찰이 ‘과실사’로 규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부는 이날 오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고인의 죽음을 자기 과실사로 사건을 지휘하고 있고, 사업주도 고인의 아버지와 전화통화에서 과실사라고 했다”며 “고인의 죽음은 과실이 아니라,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노동청의 안전관리감독 소홀이 부른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전남지부는 “사업주는 파쇄기 취급 때 갖춰야 할 안전·방호장치 등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고, 2인1조 작업을 해야 할 위험작업인데도 단독 작업으로 방치했다”며 “정부당국과 사업주는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사고조사 과정에 유가족과 대리인의 참여를 보장해 사고 원인과 진상을 제대로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오전 민주노총 울산본부도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1일 발생한 물량팀 노동자 산재 사망사고에 원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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