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전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동자동사랑방·빈곤사회연대·홈리스행동이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우삼(17·활동명)씨는 가정 학대에서 탈출한 탈가정 청소년이다. 그는 현재 청소년쉼터가 아닌 청소년 자립지원기관 ‘청소년자립팸 이상한 나라’에 머물고 있다. 이씨처럼 시설에 입소하지 않은 탈가정 청소년에게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은 불가능에 가깝다. 민법에 따라 친권자가 청소년의 거소지정을 할 수 있는 데다가 주거가 불안정해 전입신고가 어려워서다. 이씨는 “정부 재난지원금은 (건강보험료상) 가구단위로 지급해 탈가정 청소년들이 배제됐다”고 말한다.

정부는 지난 1일 “이의신청을 통해 가정폭력·아동학대 피해자가 세대주 위임장 없이도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의신청을 하면 관련 가구의 재난지원금 지급이 중지되므로 가족에게 연락이 갈 수 있고 이의신청 결과 승인이 될지도 불확실하다.

이씨는 “코로나19의 위험에 더 가까운 탈가정 청소년과 사회적 약자에게 재난지원금을 제대로 지급하고 청소년을 동등한 시민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진 이상한 나라 활동가는 “국가가 개인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 간명하게 해결될 문제를 가구 단위로 묶어 버리니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홈리스 인권단체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을 비롯한 3개 단체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리스의 긴급재난지원금 정책 접근성을 높여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본인확인 절차에 신분증 대신 지문 확인 방법을 도입할 것 △주거비 목적의 현급지급안을 고려할 것 △거동불편자를 위한 ‘찾아가는 신청’을 홈리스에게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거주불명자의 경우 실거주지가 아닌 최종 주소지 주민센터로 찾아가야 1인 가구 기준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주민등록법에 따르면 거주불명 등록을 받은 거주불명자는 ‘동 주민센터나 읍·면사무소로 주소가 등록된 사람’이다. 거주불명 등록 상태이면서 신분증이 없는 사람은 임시신분증을 발급받아야 선불카드를 받을 수 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홈리스에게 재난지원금 신청 장벽이 높다”고 지적했다. 홈리스는 실거주지와 주민등록지가 다른 거주불명 등록자일 가능성이 높고 은행계좌·신분증 보유 정도도 낮기 때문이다.

이들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9일부터 이틀간 홈리스 102명에 설문조사를 했는데 이 중 거주불명자가 31.3%였고 통장과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70% 정도였다. 신분증이 없는 사람도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웠다. 홈리스가 지출 수요를 가장 높게 느끼는 항목은 주거비(50%)였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선불카드·지역상품권으로 지원돼 주거비에 쓸 수 없다.

이들은 실거주지에서 신분증이 아닌 지문 확인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현금으로 지급하면 홈리스 같은 취약계층에게도 취지에 맞는 지원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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