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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제2 외환위기가 되지 않으려면 ②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 윤애림 노동권 연구활동가

1997년 외환위기는 정리해고에 대한 사회적 빗장을 푸는 계기였다.

김영삼 정권은 집권 초부터 정리해고와 근로자 파견제 법제화를 시도했으나 96~97년 총파업으로 상징되는 저항에 부딪쳤다. 그로부터 1년도 되지 않아 맞닥뜨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는 ‘사회적 대타협’의 이름으로 정리해고제·근로자 파견제를 법제화하는 기회가 됐다. 이후 재벌·대기업들이 앞장서 정리해고를 실시했고, 공공·금융부문도 정리해고·희망퇴직 같은 감원조치를 했다. 여기에 중견·중소기업들의 부도와 폐업이 속출했다. 우리 사회는 고도경제성장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실업사태를 경험하게 됐다.

우리의 고용보험법제는 95년에 도입됐다. 법의 이름이 전통적 사회보험인 ‘실업’보험이 아니라 ‘고용’보험으로 명명된 것에서도 드러나듯이,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 노동시장은 통계상 완전고용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실직시 소득보장보다는 기업의 수요에 따른 노동력 공급을 뒷받침하는 데 강조점을 뒀다. 그런데 고용보험법 시행 1년여 만에 전대미문의 대량 실업사태 속에서 땜질 처방이 거듭됐다.

우리 고용보험법은 근로계약관계와 사업장을 기준으로 설계됐다. 사용자에게 고용된 ‘근로자’가 당연가입 대상이고, 근로자일지라도 1개월에 소정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2012년부터 자영업자도 가입할 수 있지만 임의가입 방식이라 가입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게다가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라도 실직일 이전 18개월 동안 유급근로일이 180일 이상이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잦은 실업과 이직을 반복하는 불안정 노동자는 고용보험료를 내도 실업급여를 받기 어렵다.

정부는 2017년부터 특수고용직·예술인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을 추진했다. 노·사·정이 참여하는 고용보험위원회 의결을 거쳐 2018년 11월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고용보험 당연가입 대상을 근로자 이외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는 사람’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또한 ‘노무제공 플랫폼사업’ 규정도 신설해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코로나19 사태에 정부가 연일 지원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피해를 가장 먼저, 가장 크게 겪는 노동자들에게 닿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97년 이후 계속된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동시장 상태가 크게 달라졌는데도 고용정책은 여전히 정규직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가 10만명의 특수고용직·프리랜서 노동자에게 2개월간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사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이를 집행해야 할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누구인지조차 파악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특수고용 사회보험 적용에 줄곧 반대해 온 경총에게 사업을 위탁하는 아이러니마저 생겨났다.

게다가 신청일 전 3개월 동안 계약서 같은 확인 가능한 자료를 갖춰야 한다. 휴업 같은 사유로 5일 이상 노무제공을 하지 못했거나 소득이 25% 이상 감소했다는 증빙도 해야 한다. 문자 그대로 ‘갑’인 사업주와 아무런 계약서를 쓰지 않았거나, 노무 미제공 확인서를 받지 못하면 신청도 할 수 없다.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최소한, 지원 대상인 특수고용 노무관계 파악이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특수고용만의 어려움이 아니란 사실이다. 일용직·초단시간·호출형·파견직·프리랜서처럼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이 끊임없이 일감을 찾아 헤매며 여러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한다. 하나의 사업주에게 전속된 비정규직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축이다. 여러 사업주(일자리)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노동법·사회보험이 적용이 안 되거나 사용자의 책임이 희미해진다.

이들에게 고용보험 같은 고용정책이 실효성 있게 적용되려면, 계약의 형식에 상관없이 이들의 노무제공을 통해 이윤을 얻는 사업주 내지 사업주들을 찾아내야 한다. 이들이 합당한 책임과 비용을 부담하도록 노동법·사회보험의 적용단위를 개별기업(사업장)이 아니라 산업으로 확장해야만 한다.

그 구체적 방안에 관해 다음에 쓰기로 한다.

노동권 연구활동가(laboryun@naver.com)

윤애림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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