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자동차 부문 계열사 마힌드라&마힌드라가 쌍용자동차에 대한 2천300억원 규모의 신규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쌍용차를 둘러싼 각종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쌍용차 자력으로는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7월 부도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제 코가 석 자인 마힌드라가 수년째 적자상태인 쌍용차를 계속 껴안고 가긴 힘들다는 판단을 내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반면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통해 얻어 간 성과를 고려했을 때 완전한 철수를 거론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위기의 쌍용차, 마힌드라 400억원 지원도 모른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차입금 700억원의 만기가 돌아오는 올해 7월까지 3개월이 쌍용차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미 부분 자본잠식 상태인 쌍용차는 산업은행이 상환기간을 연장하지 않을 경우 부도 위기를 피할 수 없다.

마힌드라가 2천300억원 지원 대신 3개월간 400억원 규모의 일회성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실제 집행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마힌드라는 이달 20일 만기도래하는 BNP파리바 차입금 300억원에 대해서도 “지급보증을 통해 연장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쌍용차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또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열린 쌍용차노조(위원장 정일권) 대의원간담회에서도 정 위원장은 “마힌드라의 400억원 지원도 2주 정도 지켜봐야 알 수 있다”거나 “해외차입금 300억원 지급보증도 마힌드라에서 어떻게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힌드라가 한 약속마저 ‘일단 두고 봐야’ 할 정도로 마힌드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마힌드라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금융대출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코로나19로 지난 3개월간 판매가 급감한 데다 지난달 25일부터 21일간 인도에 ‘전국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매출 제로’에 직면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마힌드라 그룹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린 셈이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3개월간 4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한 것도 쌍용차 철수를 위한 일종의 ‘위로금’ 성격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오민규 노동자운동 연구공동체 ‘뿌리’ 연구위원은 “대출 하나 없던 마힌드라가 사상 최초로 대출을 받는 상황까지 몰렸다”며 “코로나19로 마힌드라가 냉정한 선택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철수는 시기상조”“최악의 시나리오 대비해야”

마힌드라가 한국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는 해석도 있다. 쌍용차에서 완전히 손을 털고 나가기에는 마힌드라가 그간 쌍용차를 통해 얻었던 기술·재무적 이득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마힌드라의 ‘효자템’인 XUV300은 쌍용차 티볼리 플랫폼으로 출시한 차량이다. XUV300은 지난해 인도에서 4만197대가 팔려 효자상품 노릇을 톡톡히 했다. 대형SUV 렉스턴4G는 반조립제품(CKD) 형태로 인도에 수출돼 알투라스G4로 출시돼 2018년 인도에서 ‘올해의 프리미엄 SUV’에 선정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프리미엄 SUV인 알투라스G4로 마힌드라 라인업이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문호 워크인연구소 소장은 “쌍용차는 연구소를 가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자 잠재력”이라며 “자동차 연구개발(R&D)에서만큼은 쌍용차가 우위에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마힌드라가 아직은 철수까지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힌드라가 쌍용차가 가진 기술력 활용가치를 완전히 부정하지 않는 이상 당장은 망하지 않을 만큼 ‘수혈(400억원)’을 하면서 한국 정부의 지원 여부를 본 뒤 최종 철수 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발등의 불’로 떨어진 쌍용차 사태에 정부도 고심에 빠졌다. 산업은행은 당초 대주주가 책임 있는 역할을 한다면 채권 만기연장과 추가 대출 등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마힌드라가 두 손을 든 상태에서 산업은행은 무작정 세금을 투입할 수도, 그렇다고 5천명의 고용이 딸린 상황에서 무작정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문호 소장은 “정부도 딜레마에 빠진 상태”라며 “핵심 주체인 마힌드라와 쌍용차 노사, 정부가 만나 빨리 해법을 찾지 않으면 상당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일단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며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정주교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자동차 공장에서 400억원은 한 달 운영비도 안 되는 돈이기 때문에 3개월을 버티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최악의 시나리오인 법정관리 상황까지 감안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기업노조에 함께 머리를 맞대자는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전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불거진 쌍용차 위기는 한 개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빨리 자동차산업 정책 전반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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