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쌍용자동차가 충격에 빠졌다. 쌍용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에 대한 2천300억원 규모의 신규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다. 마힌드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현금 흐름을 고려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마힌드라와 산업은행 지원 등을 토대로 2022년까지 수익성 회복을 골자로 한 ‘3년 사업계획’을 세웠던 쌍용차는 마힌드라의 투자계획이 백지화하면서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마힌드라, 쌍용차 신규투자 ‘없던 일로’

마힌드라그룹의 자동차 부문 계열사 ‘마힌드라&마힌드라’는 지난 3일(현지시간) 특별이사회를 열어 쌍용차 노사가 요청한 5천억원 규모의 자본금을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마힌드라는 “오랜 논의 끝에 현재의 조건과 향후 현금 흐름을 고려할 때 신규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쌍용차가 다른 자금 마련 방법을 찾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3개월간 최대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마힌드라 이사회가 이런 결정을 한 데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때문이다. 실제 인도는 지난달 25일부터 21일간 ‘전국 봉쇄령’이 선포되는 등 유례없는 조치가 취해진 상황이다.

마힌드라는 “코로나19가 몰고 온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불행한 사태로 인해 기존과 다른 결정을 하게 된 점에 대해 쌍용차 노사가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힌드라는 자금 투입 대신 △마힌드라 새 플랫폼인 W601 등을 쌍용차가 자본지출 없이 활용 △쌍용차의 자본지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적 프로그램 지원 △현재 진행 중인 재료비 절감 프로그램 지원 △쌍용차 경영진이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는 사업 지원 등을 제시했다.

마힌드라는 그동안 쌍용차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피력했다. 지난 1월 방한한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쌍용차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2022년까지 △신규 수출시장 발굴 등 판매물량 증대 △재료비 절감 △인건비 등 고정비용 절감 △포드-마힌드라-쌍용차 전략적 제휴 △마힌드라 이사회와 산업은행 자금지원을 통한 흑자전환 계획을 설명한 바 있다. 고엔카 사장은 이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3년간 5천억원이 필요하며, 마힌드라가 2천300억원을 투자할 테니 산업은행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마힌드라가 투자 계획만 언급하며 실질적인 투자는 하지 않는 게 4월 총선을 앞두고 산업은행의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간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자동차 공장이 셧다운되는 등 산업이 급속히 위축되자 마힌드라 역시 쌍용차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제 살길을 찾아 나서는 게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마힌드라 역시 코로나19로 지난 3월 인도 판매가 88% 급감하면서 도산 위기설까지 언급되는 등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마힌드라가 당초 쌍용차에 신규투자할 기업들도 모색해 놓았지만, 코로나19에 투자 기업들이 손을 뗐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주주 투자 기다리던 쌍용차 ‘충격’

대주주인 마힌드라에 기대를 걸고 있던 쌍용차 노사는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노사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두 차례 연속 고강도 자구안을 마련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며 마힌드라 투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힌드라가 신규투자를 하면 이를 바탕으로 산업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려던 계획이었지만, 이 또한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자금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쌍용차와 쌍용차노조는 4일 각각 임원회의와 긴급 대의원 간담회를 열고 대응책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조만간 정부와 산업은행을 만나 긴급지원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쌍용차는 지난해 3천410억5천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2018년 624억4천만원 적자에서 2천786억원 이상 증가했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4천768억9천만원 넘게 많아 당장 유동성 위기를 벗어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쌍용차는 코로나19 사태 여파에 따른 판매부진과 중국·프랑스 공장 부품 공급 차질로 부분휴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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