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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양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오로지 현장주의, 중소기업 중심 경제민주화 시동 걸겠다”
▲ 정기훈 기자

“21대 국회에서는 오로지 ‘현장주의’만을 외치겠습니다. 입법하는 국회의원도 현장에서, 정책을 세우는 관료도 현장에서 일해야 합니다. 현장에 무슨 문제점이 있는지 피드백을 안 받으면 결국 세금 낭비, 국력 낭비만 됩니다. 경제민주화에도 본격적인 시동을 걸겠습니다. 20대 국회는 경제민주화 시동을 어디에 걸어야 할지 몰라 헛발질을 했다고 봅니다. 경제민주화는 중소기업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DMC첨단산업센터에서 한지양(57·사진)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를 만났다. 21대 총선에서 비례정당으로 출범한 열린민주당은 ‘오픈캐스팅’이라는 획기적인 방식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했다. 한지양 후보도 그렇게 혜성같이 나타난 인물 중 하나다. 그는 고졸 출신 공인노무사로 노동문제에도 정통하다. 노동운동, 결혼 뒤 경력단절, 그리고 다시 취업전선에 나선 ‘강한 엄마’ 캐릭터가 반영돼 있기도 하다. 현재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노무법인 하나’ 대표를 맡고 있고, 한국공인노무사회 법제이사 이력도 있다. 그는 21대 총선에서 열린민주당 비례순번 7번으로 출마했다.

고졸 출신 노동운동가 총선에 혜성같이 등장하다

- 후보에 대해 알려진 게 많지 않다. 노동운동 이력이 있던데.
“고교 졸업 전부터 집안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여럿 했다. 학교를 졸업한 뒤엔 집 근처 변압기 제조 공장에 취업했다. 1985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노동자를 공순이·공돌이라 부르던 시절이다. 남성노동자보다 여성노동자 삶이 더 비참한 때이기도 했다. 불량이 발생하면 ‘이×아’ 이러며 욕은 기본이고, 야근 안 하면 손바닥을 때리기도 했다. 어린 여성노동자를 반장이나 공장장이 성적으로 유린하는 일도 있었다. 노동운동이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세상이 돌아가선 안 되겠다 싶었다. 학생운동을 하던 친구의 소개로 구로로 가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그 뒤 성남으로 옮겨 여러 공장을 떠돌다가 방위산업체인 동양정밀(OPC)에 들어갔다.”

한 후보는 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동양정밀에서 89일간 파업을 주도하고, 노조를 만들었다. 노동운동 활동가에게 동양정밀은 철옹성이던 시절이었다.

“파업 끝에 얻은 민주노조였지만 활동가가 겨우 3명에 불과했습니다. 더구나 우리는 ‘학출’(학생운동권 출신)이 아닌 ‘노출’(노동자 출신)로서 밖에서 지원도 받지 못했어요. 노조 집행부를 꾸렸는데 회사 회유에 금세 넘어가더군요. 노조 안에서 분쟁도 있었고요. 저는 회사에서 왕따를 당하고 병까지 얻어 도망치듯 그만둘 수밖에 없었죠.”

그 뒤 한 후보는 직업훈련을 통해 컴퓨터기사 자격증을 땄고 학원에서 인기강사로 활동하다가 30대 초반 결혼하고 전업주부로 살았다. 하지만 그는 2004년 이혼하고 아이 둘을 혼자 키우게 됐다. 다시 그가 일거리를 찾게 된 배경이다.

“마흔둘에 공인노무사 시험에 도전했습니다. 이혼한 엄마가 아이들에게 보탬이 되는 길이 뭘까 고민했습니다.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그때 노동운동가 출신이어도 노무사가 뭔지 몰랐어요. 친구 소개로 시험에 도전했죠.”

노무사로 현장서 본 ‘대기업에 골수 빨리는 중소기업’

- 노무사 일을 하면서 어떤 분야에 관심을 뒀나.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는지.
“열린민주당 후보 신청서를 내고 인터뷰할 때도 이야기했다. 중소기업과 분배공정에 대해서다. 자본가도 사이즈가 다양하다. 자기 노동력에 기반한 사업주도 많다. 대다수 노동자는 이런 중소기업에 고용돼 있다. 적정한 임금과 근로조건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잘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대-중소기업 불공정 거래, 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중소기업은 고갈된다. 이런 사건이 있었다. S전자 3차 벤더 기업이었다. 휴대폰에 들어가는 필름을 납품했다. 처음 자문을 맡았을 때 120명을 고용한 사업장이었다. 맡은 지 4년차 됐을 때 사업주가 직접 와 달라고 하더라. 필름을 처음 납품할 땐 350원이었으나 80원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분기마다 협력사 사장단회의를 하자고 하면 가슴이 털컥한다고 하더라.”

결국 해당 기업은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면서 파산신청을 했다고 한다.
“대기업이 영업이익이 크다고 하면 정말 좋은 물건 잘 팔아서 돈을 번 건지, 하청업체 골수를 빼먹어서 돈을 번 건지 살펴봐야 합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 이런 경험이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배경이 된 건가.
“그렇다. 저는 기업 간 거래에서 정의가 더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분배 정의 중 가장 먼저 논의할 의제는 기업 간 거래에서의 정의다. 공정거래법을 뜯어보면 결과적으로 가해기업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계약으로 하는 불공정거래에 대해 직접 제소권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 공정거래위가 간접 제소하게 된다. 그러고는 독과점이나 담합시 과징금을 부과한다. 가해기업은 과징금을 내면 끝이지만 피해기업은 이미 망한다. 모순된 법이다.”

-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노동특보를 했다고 들었다.
“민주화는 결국 돈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중요하다. 경제민주화가 너무 중요하다고 봤고, 그 점에서 가장 진심을 가진 사람이 문재인 후보라고 봤다.”

정기훈 기자

“아직도 경제민주화는 시작되지 않았다”

- 이번 총선에 출마한 배경은.
“아직도 경제민주화는 시작되지 않았다. 뭘 보면 아느냐. 중소기업이 더 살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꿈꿀 수나 있었겠나. 열린민주당에서 오픈캐스팅을 한다기에 신청했더니 서류 낼 기회를 주더라. 면접을 보라고 해서 갔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면접을 보더라. 면접에서 이랬다. 중소기업 노동자와 사업주 모두 어려운데 연차나 퇴직금, 연장근로 갖고 싸우더라. 이런 문제는 당장 분쟁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이 넉넉해지고 따뜻해져야 해결된다. 그것을 저해하는 게 대-중소기업 불공정 거래다. 이렇게 열변을 토했다. 선거인단 선거에서 비례순번 20번 안에 들었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 저도 깜짝 놀랐다.”

- 열린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과 형제당을 자처하고 있다. 열린민주당 정체성을 뭐라고 보나.
“결국 국민에게서 답을 찾아야 하다. 국민의 열망에서 개혁이나 적폐청산 요구가 나왔다. 누가 개혁을 던져 주고 청산하라고 해서 된 게 아니다. 국민 속에서 개혁과제를 발견하고, 국민 속에서 묻고, 국민 속에서 에너지를 받아야 한다. 그러고는 대통령에게 ‘이것 개혁해야 한다’고 요구해야 한다. 열린민주당은 일이 미치도록 하고 싶은데 기회를 박탈당한, 부여받지 못한 사람들이 모였다. 눈치 안 보고 추진해 나갈 거라고 믿는다. 그것이 대통령의 뜻이고,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 열린민주당에서 노동정책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마련해 나갈 계획인가.
“지금까지 경제정책은 대기업 위주로 수립되고 대기업 니즈가 반영돼 입안되고 집행돼 왔다. 노동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현장이다. 대다수 노동자가 고용된 중소기업이 그 현장이 돼야 한다. 최저임금은 더 올라야 한다고 본다. 다만 오늘 당장 1만원으로, 1만5천원으로 올리는 게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이익이 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렸는데 고용기피가 발생하면 이건 부작용이다. 노와 사 모두 인정하는 프로세스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을 방향으로 두고 프로세스를 나눠 현장에서 안착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열린민주당 안에서는 총선 정책과 공약에 대해 많은 토론이 벌어진다고 한다.
“노동정책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갑니다. 중소기업 살림이 좋아져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이야기부터, 늘어나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사회안전망에 들어와야 하는 문제도요. 그러자면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마련돼야 하는데 쉽지는 않네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고용문제에도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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