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20대 국회 국회의원 300명 중 비정규직 출신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습니다. 정치가 민의를 대변한다면서도 일하는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 주지는 않더군요. 거대 양당의 막장을 끝내고 배제와 차별을 앞자리에서 당하는 비정규직을 대변하는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학교비정규직노조 사무실에서 김해정(43·사진) 민중당 비례대표 후보를 만났다. 민중당은 21대 총선에 모두 8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 ‘개방형 경선제’를 도입해 당원과 시민이 동등한 자격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민중공천제’로 선출된 후보들이다. 학교급식 노동자인 김해정 후보는 학교비정규직노조 광주지부 교육선전국장과 광산1지회장을 맡고 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추천을 받아 민중당 민중공천제에 도전해 비례순번 1번을 받았다.

“경력단절 뒤 학교비정규 노동자로 돌아와”
‘아줌마’ 아니면 ‘저기요’ 참담한 비정규직 현실

- 학교 조리사로 일하다가 학교비정규직 운동에 뛰어들게 된 이유는.
“대학 졸업 뒤 공장에 들어가 활동했다. 서랍레일 같은 걸 만드는 무노조 사업장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때라 상여금 등 임금삭감도 많았다. 그때 같이 일하던 사람들과 노조를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그러다가 결혼하고 아이 낳고 키우면서 자연스레 경력단절을 겪었다. 경력단절 5년 만인 2011년 기간제 조리사 공개채용 시험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공개채용을 하게 된 것도 학교비정규직노조가 만들어져서 가능했다고 하더라. 그렇게 학교 조리사로 일하다가 노조 활동을 하게 됐다. 노조에서는 조합원 교육도 맡고 선전물도 만든다. 광주시 내 학교가 300곳인데, 일일이 다니면서 조직화 활동도 한다. 현재 광주지역 학교비정규직 조직률은 56% 수준이다.”

- 학교비정규 노동자로서 바라본 학교 현실은 어떤가.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엔 참담했다. 교장이 바뀔 때마다 고용 불안정에 시달렸다. 새로 교체된 교장이 자기 사람 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방학 때는 고용관계가 끊긴다. 급여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도 모른다. 학교가 계산해 주는 대로 받는다. 더 심한 건, 호칭이다. 대놓고 ‘아줌마’ 이렇게 부른다. 젊은 교사는 차마 그렇게는 못하고 ‘여기요’ ‘저기요’ 이런다. 노조가 생긴 뒤 ‘호칭을 선생님으로 통일해 달라’고 학교에 공문을 보냈다. 그 뒤 교무실·과학실 등 사무직종은 ‘선생님’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급식·청소직종 노동자에게는 혼재해서 쓴다.”

김 후보는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보였다.

“깍두기도 직접 담는데요. 무 1박스에 15~20킬로그램 되는데 10박스 분량을 직접 칼로 썹니다. 기계도 있는데 왜 손으로 해야 하느냐고 하면 학교측은 ‘기계로 하면 무 끝이 물러진다’고 합니다. 조리하다 보면 살짝 음식을 태우는 것 같은 작은 사고가 있습니다. 모두 개인에게 물어내게 합니다. 연차 같은 법적 권리도 동등하게 보장받지 못합니다. 스포츠강사나 영어강사는 10년 넘게 근무해도 아직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지 못했어요. 이 중 여성노동자는 재계약할 때 임신 사실을 밝히지도 못합니다. 지금도 이런 일은 곳곳에서 벌어집니다.”

-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더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나.
“맞다. 비애감을 느낀다. 너무 속상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마스크 차별을 한다. 일부 직종 학교비정규 노동자는 개학연기 기간 동안 급여를 못 받는 상황에 놓였다. 그런데 노동부는 ‘휴업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한다. 항의투쟁 끝에 3월23일부터 출근을 시작했다. 출근은 했지만 풀 뽑기 같은 일을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방학 때 출근하지 않는 일부 직종 생계 문제를 근본적으로 들여다보게 됐다. 출근을 안 시킬 게 아니라 연수를 시키든 다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여성과 비정규직 비례후보 1번 상징적 의미 커
“절박한 비정규직 당사자 직접정치 말고 대안 없어”

- 민중당 비례후보 1번이다. 어깨가 무거울 듯하다.
“여성 비정규직이 비례 1번을 받은 건 처음이라고 들었다. 한국 사회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 문제다. 가장 전면에 비정규직이자 여성이 섰다는 상징성이 있다. 두 가지 차별해소는 절박하고 시급한 과제다. 바로 민중당이 풀어야 할 과제다. ‘노동가치 존중’을 사회 이슈로 부각하라고 저한테 요구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 출마선언에서 “비정규 노동자 차별 해소를 더 이상 기득권 정당에 위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고 투쟁한다. 김용균법이 만들어졌지만 하청노동자 당사자가 적용받지 못한다. 촛불을 자임하는 문재인 정부가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하는 현실이다. 지난 3년간 기대가 없었다면 실망도 없었을 것이다. 변화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배신감이 상대적으로 높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세력의 저항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노동존중 마음이 없는 게 아닌가. 절박한 이해당사자인 비정규직이 직접 정치하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고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 민중당은 국회의원 한 명의 소수정당이다. 비정규 노동자 목소리를 내는 게 더 쉽지 않다.
“가치가 옳으면 대의와 민심은 통하게 돼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노동당 시절 무상교육·무상의료 요구가 사회적 영향을 미쳤다. 진보정치는 ‘기득권 룰’을 지키는 게 아니라 남들이 이야기하지 않은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고 프레임을 전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철학과 가치를 계승한 민중당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 정기훈 기자

“위성정당은 반민주 정당, 거대 양당 막장정치 끝낼 것”
‘1 대 99 불평등’에서 ‘노동중심’ 사회로 전환해야 

- 민중당은 당초 정치개혁연합이 제안한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정치개혁연합이 적폐세력을 멈추자며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제안해 논의했던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이념이나 성소수자 문제 등 소모적 논쟁을 일으킬 수 있는 정당과 연합은 어렵다고 하면서 민중당과 녹색당을 배제했다. 그러더니 위성정당을 만들어 거꾸로 갔다. 이는 시민의 뜻을 저버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완전히 말살하는 것이다. 비례 위성정당은 국민의 뜻을 거스른 반민주 위헌적 정당이다. 우리 가는 길이 쉬운 적은 없었다. 굴하지 않고 벽을 넘을 것이다.”

-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노동자 후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차별 반대, 공무직 법제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1 대 99 프레임 속 한국 사회에서 노동의 가치를 상실하고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지만 대다수는 자회사로 전환했다.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인 양 호도한다. 무기계약직은 정규직 임금의 63%밖에 못 받는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해야 해결된다. 법 개정 투쟁에 힘써야 한다. 공무직도 법적 이름을 가져야 한다. 공무직은 지자체 조례에는 있지만 법적·행정적 권리는 없다. 공무직위원회가 열린다고 하니 지켜보겠다.”

- 21대 국회가 반드시 해내야 할 노동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민중당은 노동계급에 기반을 둔 정당이다. 민중당 말고 노동공약을 1번에 제시한 정당이 없다. 이제는 ‘노동존중’에서 ‘노동중심’으로 옮겨 가는 게 맞다. 이 땅 국민 3분의 2가 노동자다. 노동자 정치와 노동자 어려움이 공약의 저 뒷자리에 있는 게 맞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하고 최우선 과제다. 비정규직 철폐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이 첫 번째가 돼야 한다.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받지 못하는 5명 미만 사업장·플랫폼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과 위험의 외주화 금지, 노동안전보건 강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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