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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문 닫는 호텔] 비명도 못 지르고 잘려 나가는 간접고용 노동자노동계 “정부, 하청노동자 지원방안 고민해야”
▲ 이미지 편집 김혜진

“계약기간 1년 넘은 메이드 분들 6명은 다 실업급여를 타고 나갔어요. 저는 3월 말까지 일하기로 돼 있었는데, 일이 없어 일을 못하고 있어요.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알바를 하고 있죠. 계약기간 끝나면 실업급여 신청하고, 한 달 정도 있다가 어떻게든 취업해야죠.”

서울에 위치한 3성급 A호텔에서 객실을 청소·정돈하는 룸메이드로 일하던 김수연(가명)씨는 3월 초부터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A호텔은 코로나19로 객실 예약이 저조해지자 하청업체에 메이드 숫자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여 달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수연씨와 근로계약을 맺은 하청업체는 계약기간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수연씨에게 남은 기간까지는 필요할 때 연락할 테니, 알바처럼 일해 달라고 부탁했다. 일할 스케줄을 배정받지 못한 수연씨는 아는 사람을 통해 들어오는 일일 메이드 알바를 뛰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당은 8만~9만원 선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호텔업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호텔 하청노동자의 생계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호텔은 매출이 하락하자 자구책으로 인력을 줄이거나 휴업을 결정하고 있다. 파견·용역업체는 원청의 결정으로 사업을 이어 나가기 힘들어지자 노동자에게 퇴직을 권유하고 있다. 1~2년 단위로 계약을 맺으며 상시적 고용위기를 경험하는 간접고용 노동자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혼자서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29일 <매일노동뉴스>가 호텔업에 종사하는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간접고용 노동자는 인력의 상시적인 변동이 일어나는 하청업체 특성상 정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을 받기 어렵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위기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고용한파에 쫓겨나는 비정규 노동자를 보호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알바라도 해야죠”

서울 중구·동대문구는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많아 호텔업 사정이 괜찮았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 27일 기준으로 이 지역 26개 호텔 중 휴업한 호텔이 절반(14개)을 넘었다. 30년 넘게 호텔업계에서 일하면서 원청에서도, 하청에서도 모두 근무해 봤다는 홈메이드 ㄴ씨는 “주변을 보면 여사님(룸메이드를 지칭)들 중 일 나가는 사람이 5%도 되지 않는다”며 “여사님들 대부분 생활이 넉넉지 않고 가장인 경우가 많은데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ㄴ씨는 현재 3성급 호텔과 2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줄면서 호텔은 ㄴ씨를 포함해 동료 메이드 4명에게 한 주씩 돌아가며 일하도록 했다. ㄴ씨는 다음달 월급으로 54만~64만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영숙 서비스일반노조 더케이호텔&리조트지회장은 “대부분 용역회사가 소장까지 쫓아내는 마당이라 메이드가 갈 길을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객실 청소와 관리를 하는 메이드는 주로 용역·파견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호텔측이 혹 불법파견 논란이 일까 봐 2년이 되기 전에 하청업체를 바꾼다고 한다. 월급은 통상 최저임금 수준으로, 세금을 떼고 나면 200만원이 채 안 된다. 2017년까지만 해도 150만원도 안 됐지만 2018년·2019년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그나마 임금이 많이 상승했다. 그러자 회사는 업무 할당량(하루에 청소해야 하는 객실수)을 늘렸다. 노동강도는 높아졌다. 그렇지만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은 외부 변수에 따라 더욱 불안정해졌다.

“드러나지 않은 비명, 더 많을 수밖에”

강영숙 지회장은 “예전에는 객실 점유율 70%를 가정하고 일정액의 수수료를 하청업체에 보장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했다면, 최근에는 객실 점유율과 호텔 매출상황에 따라 업체 수수료를 나누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고 있다”며 “인건비를 주는 하청업체도 힘들어지니 노동자부터 쳐 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ㄴ씨도 “30년 전만 해도 용역·파견이란 말을 못 들어 봤다”며 “그런데 이제는 호텔이 2년 지나면 업체를 바꾸고, 업체와 점점 더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맺다 보니 급여는 계속 낮아졌다”고 전했다.

호텔 간접고용 노동자의 위기는 룸메이드라는 특정 직군만의 문제는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호텔업계는 주차안내·청소(공공지역·외부지역·주차장)·세탁·보안경비·시설관리·룸메이드 등 대부분 직종을 외주화했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경우 조직된 노조가 거의 없다시피 해 문제의 목소리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지만, 코로나19의 충격을 맨 몸으로 감당하고 있다.

최대근 밀레니엄힐튼호텔노조 위원장은 “현재 우리 호텔의 경우 네 개의 파견업체(세탁업무·공공미화·식당·시설관리)를 통해서 160~180명 정도를 고용하고 있는데 이 중 현재 (하루 동안) 일하는 인원은 70~80명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분들 대부분이 파견업종으로 분류되는데 다른 곳에 가도 노동력을 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제도 사각지대 놓인 하청노동자”

코로나19로 발생하는 호텔 하청노동자들에게 정부의 지원책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업계·노동계의 인식이다. 지난 25일 고용노동부는 휴업·휴직하는 중소기업 등 소규모 사업장 업종을 불문하고 휴업·휴직수당의 90%를 지원하기로 했다. 노동자는 휴업수당 70%를 받게 되는데 정부가 수당의 90%를 지원한다. 회사는 10%만 부담하면 된다. 문제는 수혜 업체가 고용유지조치계획 종료 이후 1개월간 인력 감원을 해선 안 된다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의 전제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개 여러 사업장에 인력을 파견하거나 업무를 수탁하고 있기 때문에 상시적인 인력조정이 일어나 1개월 기간조차 지키기 어렵다. 게다가 1~2년 단위로 원청과 계약을 맺는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추후 계약이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고용을 유지할 유인을 갖기 어렵다.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가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근로자 파견·도급·용역기업 818개(응답률 10.5%)를 조사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HR서비스산업 피해 조사’에 따르면 86개 기업 모두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과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에서 용역·파견·도급 사업체는 “원청사 사업장에 인력을 투입·운영하는 업계 특성상 소속근로자의 고용을 보호하고자 하더라도, 원청사에서 사업장 폐쇄와 인력감축을 요청하는 경우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매출의 80% 이상이 인건비이기 때문에 사업장 폐쇄 및 인력감축은 기업의 존속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준을 피해 사업장 기준으로 변경 △원청에서 하청 고용보호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청에 고용유지 책임 지워야”

노동부는 고용유지지원금 지원기준을 업체 본사가 아닌 피해 사업장 기준으로 변경해 달라는 주장에 난색을 표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파견·용역업체에서) 현장 단위로 근로조건 결정권이나 인사·노무 행위, 회계가 분리되면 사업장 단위로도 신청이 가능하다”며 “그런데 대개 (파견·용역업체의 경우) 본사 단위 운영을 하고 매출을 모두 수입으로 잡는다”고 지적했다. 제도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A사업장에서는 신규채용을 해야 하고, B사업장의 경우 경영이 어렵고, C사업장은 경영사정이 좋은 경우라면 경영이 어려운 사업장에서는 계속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성종 서비스연맹 기획실장은 “고용유지지원금 제도의 취지가 고용안정인 만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 때 더 고용안정에 유익한지를 두고 판단해야 한다”며 “지금같이 위기 상황에서는 사용사업주를 기준으로 파견노동자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을 집행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사용사업주가 고용유지를 하게 되면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현장을 유지하려 할 것이고, 코로나19 이후에 경기가 다시 회복세에 있을 때 당연히 사용사업주는 기존 파트(파견·용역업체가 담당하던 업무 혹은 부서)에 사람이 필요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나아가 그는 “파견노동을 허용한 제도 자체가 문제”라며 “상시고용 인력에 대한 파견노동을 없애는 것이 근본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뿐 아니라 룸메이드들은 대부분 1년 단위로 업체와 계약하다 보니 1년 뒤 어떻게 될까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요. 1년 지난 뒤 대부분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상황이니, 메이드업계에는 실업급여 신청비율도 높아요. 정부가 제발 계약기간이라도 좀 늘려 일하게 해 줬으면 좋겠어요.”

코로나19로 일을 쉬고 있는 메이드 김수연씨에게 정부에 바라는 바를 묻자 이런 바람을 전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수록 비정규 노동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강예슬  yeah@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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