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고, 전문가들은 사태가 금세 진정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감염병은 일상을 흔들고 생명까지 위협한다. 환자 지근거리에서 온몸으로 감염병과 맞섰던, 지금도 맞서고 있는 의료노동자들 눈에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어떻게 비쳤을까. 의료현장 노동자들이 실태와 과제를 보내왔다.<편집자>

 

▲변미영 보건의료노조 근로복지공단의료본부지부장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의료진 50명을 선정해 대구병원으로 파견을 해야만 했다. 의료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노조위원장이 앞장서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의지로, 고생하는 조합원들을 위해 전임 간부들과 함께 대구병원으로 향했다.

코로나19 의료지원을 결정한 뒤 가족에게 알렸다. 아들과 딸은 엄마가 자랑스럽다며 꼭 건강하게 돌아오라고 말해 줬다. 함께 파견을 가게 된 간부 중 한 명은 가족에게 파견 사실을 알리자, 딸이 “오늘 20살 되는 생일인데, 생일선물이라기엔 너무 잔인한 선물 아니냐”며 눈물을 터뜨렸다고 했다. 펑펑 우는 아이를 바라만 보면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현실에 힘들었다는 동료 간부의 말을 들었다. 노조간부로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꼈다. 그리고 지도자로서 의료인으로서 위기를 기회로 삼아 반드시 헤쳐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대구 파견 결정이 앞으로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생겼다.

2월28일, 코로나19 감염 확산 퇴치를 위한 서막이 공단 대구병원에서 열렸다. 시작부터 극도로 열악한 환경에 부딪혔다. 가슴이 아릴 정도로 너무나 열악한 상황이었다.

확진자 200명이 격리된 대구병원의 상황은 전쟁과도 같았다. 병원은 건물 전체를 봉쇄해 오염구역과 비오염구역을 구분했다. 탈의실·대기실·화장실 등 모든 설비를 병원 밖으로 빼고 보호복을 입어야만 병원에 진입할 수 있었다. 건물 외 컨테이너 시설에서 낮에는 더위, 밤에는 추위와 싸워야 했다.

반팔 수술복 가운을 입은 의료진에게 2월의 바람은 혹독한 추위로 온몸을 떨게 했다. 마스크 냄새로 인한 메스꺼움이 가시지 않았고, 격리 보호복인 레벨D 방호복은 답답함과 동시에 생리적 문제 해결이 어려워 또 다른 난제로 다가왔다.

대구병원 의료진은 모두 열악한 환경과 싸워야 했다. 비접촉·간접접촉 직원들은 폐기물 관리, 환자와 직원 도시락 배분, 음식물쓰레기 정리같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 본래 평일 주간, 병원 내에서 일했던 치료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24시간 교대근무로 야외에서 일하고 있다. 경비를 서거나 환자 입·퇴원시 보호복을 입고 인계하는 등 익숙지 않은 일을 감수하고 있었다.

확진자와 직접 접촉하는 간호사는 타인과의 격리를 위해 정부에서 마련해 준 시설에서 숙박하며 근무하기도 한다. 한 간호사는 백일 된 딸의 얼굴을 영상통화로 봐야 했다. 딸이 너무 보고 싶어 숙소에서 혼자 펑펑 울기도 했다는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의료현장 지원근무를 하며 제약된 시간 속에서 열악한 현장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고민했다. 코로나19 의료지원 근무 투입 이틀째 되는 날, 근무 외 시간을 쪼개 병원 운영 관계자와 함께 영남대의료원과 대구 보훈병원을 방문했다. 입원·치료 운영 과정과 근무형태 등을 확인했고, 벤치마킹을 통해 대구병원의 업무 프로세스와 환경을 개선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은 모든 운영체계가 바뀌어 전시상태의 야전병원처럼 운영되고 있다. 최상의 치료를 위해서는 의료인의 높은 사명감과 함께 의료인을 위한 치료환경과 처우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 지금도 대구병원에는 수많은 조합원들이 고생하고 있다. 의료진의 노고에 격려의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지부는 항상 조합원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조합원들의 근무조건 개선과 보상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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