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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기’ 횡설수설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서울의 거리는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쓴 이들만 보인다. 한산한 거리에서 오직 약국만 공적 마스크 구매행렬로 북적인다. 어젯밤에도, 오늘 아침에도 첫 뉴스는 확진자수였다. 미세먼지 없는 날이건만 아무도 좋은 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언제 매화와 산수유꽃이 피었던가. 겨울날에 시작된 전염이 봄날을 삼켰다. 2020년 3월 분명히 봄인데 반기지 않는다. 우한의 공포가 세상을 집어삼키고 있다. 중국과 한국을 넘어, 이탈리아를 질식시키고서 스페인·프랑스·독일 등 유럽과 미국·캐나다 같은 미대륙까지 삼키고 있다. 세상은 코로나19에 겁에 질렸다. 이렇게 세상은 공포건만, 벌써 봄나들이할 세상이라도 온 것처럼 호들갑이다. 대구의 불길을 잡아 내고 확진자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자 대한민국의 대응에 관한 국내외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밀접접촉자를 추적해 진단하는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검사,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검사소, 정부의 권고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시민의식, 공적인 의료보험과 의료체계 등이 효과적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하게 했다고 분석하고서. 이는 중국과 다르게 지역봉쇄 등 없이 시민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민주주의체제에서 유용한 방식이라는 성급한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반대로 박근혜 탄핵무효를 주장하는 세력을 비롯한 미래통합당 등 이른바 보수라 칭하는 자들은 중국 봉쇄·마스크 대란 등 문재인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난을 오늘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런 코로나19 하늘 아래 어딘가에 이 나라 노조와 노동운동이 있다.

2. 사실 오늘 같은 감염병 대유행(팬데믹) 사태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 중 지난 세기 가장 크게 유행했던 것이 스페인 독감이다. 제1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18년에 발생해서 병사들이 전선에서 돌아오면서 프랑스·영국·일본·캐나다·미국을 포함해서 1919년까지 세계를 휩쓸어 5천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일제강점기였던 식민지 조선에서도 ‘무오년 독감’으로 불렸는데 740만명이 감염돼 14만여명이 희생됐다고 알려졌다. 전체 일류의 20% 이상이 감염돼 2.5~5%의 치사율을 보였지만, 열악한 의료환경과 빈곤 상태에 있었던 에디오피아·소말리아·남아프리카·피지·서사모아·알래스카에서는 7%에서 약 30%에 이를 정도로 치사율이 높았으며, 특히 영국에 의해 극심한 식민지 수탈로 식량부족에 시달리던 인도와 이란에서 엄청난 사람이 희생됐다. 수탈자들보단 수탈당하는 이들이 더 희생됐다. 밝혀진 바에 의하면 스페인 독감은 오늘 코로나19와는 다르다. 분명히 그럴 수 있다. 오늘 코로나19는 스페인 독감과는 바이러스종이 다를 수 있고, 그때보다 발전된 의료기술 등 의료환경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100년 전과 마찬가지로 의료환경을 갖춘 부유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 치사율의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을 것이고, 한 나라 안에서도 그럴 것이다. 빈부가 치사율의 차이를 가져올 것이다. 오늘 이 나라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대대적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감염되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럴 수가 없는 사람과의 치사율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이탈리아가 16일 현재까지 7%가 넘는 치사율을 보이고 있는데, 한국이 1%를 밑돌고 있다며 이런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으려 하지 않고, 지금은 입 닥치고 정부가 하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라별 대응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다. 비슷한 수준이라도 어떠한 방식을 선택해서 대응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현재까지는 대한민국이 이탈리아보다 잘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것이 이 나라에서 노조·노동운동이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지 않도록 할 수는 없다. 노동자를 위해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를 묻고 행동하는 것은 노동운동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독감에 대해서는 아직 존재하지도 않았으니 무어라 할 수도 없었지만, 100년이 지난 오늘은 다르다. 무엇인가 해야 한다.

3. 지난 10일 민주노총은 코로나19 노동자 피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방역종사 노동자 등의 과로사 및 감염 피해, 특수고용직·하청·일용·학교비정규직·돌봄노동자 등의 임금 손실 피해, 자가격리 및 방역폐쇄로 인한 무급휴가 강제, 매출·영업축소로 인한 무급휴직·연차·무급휴가 강요, 보호구 미지급·노동강도 증가 등이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에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노동자 피해 사례에 대한 신속한 개선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특히 ‘재난생계소득’ 도입을 촉구하면서, “코로나19로 발생한 노동자 피해를 신속히 개선하고 근본적 해결 대책을 수립하며, 의료 공공성 강화 등 법 제도 개선을 위해서 정부와의 교섭”을 요구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한국노총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대상 사업장 335개 중 124개 사업장(35.1%)이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받고 있고, 79개 사업장(22.4%)은 앞으로 영향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향을 받거나 예상되는 사업장 203곳 중 66개 사업장(32.5%)은 조업단축에 들어갔”고, “조업단축의 정도는 작업시간 단축이 37.9%(25개), 작업장 일부정지가 36.4%(24개), 작업장 전면폐쇄가 1개(1.5%)로 나타났”으며, “또한 203개 사업장 가운데 33개 사업장(16.3%)이 코로나19로 인해 휴업을 했거나 하고 있다”고 밝히고서, “휴업 사업장 중 휴업수당으로 평균임금 70% 이상을 지급하는 사업장은 10개 사업장(30.3%)이며, 그 이하를 지급하는 사업장은 20개 사업장(60.6%)으로 휴업사업장 3곳 중 2곳이 휴업수당을 적절하게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에 법 위반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함께 고용보험지원금 신청 홍보를 주문했다. 그리고 이날 한국노총은, 고용노동부와 코로나19 극복 정책협의를 갖고, △노동시간단축 등을 통한 총고용 보장 및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 △5명 미만 사업장 종사자의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전면적용 △코로나19로 인한 노동자피해 방지와 공공의료 안전망 강화 산업별 노정협의 구성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대책을 요구했다. 이상을 통해서 보면 오늘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서 노동자들은 안전한 근무환경, 무급휴가 강요 금지, 사업장 휴업 시 휴업수당의 지급, 특수고용직·비정규직 피해 대책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안정을 바라고 이와 관련해서 정부에 요구하고 교섭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4. 이렇게 이 나라에서 노조·노동운동의 요구를 보면, ‘사용자의 위법행위를 단속해서 임금·휴가 등 노동자 권리 침해를 막아 달라’하고 ‘노동자를 위해서 입법을 하고 지원을 하라’ 고 촉구하고 있다. 피해를 실태조사해서 대책으로 망라한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노동자의 대책은 거창하고 복잡할 것 없다. 사태로 인해 초래한 피해를 없도록 하면 된다. 노동자에겐 안전한 환경에서 임금 등 노동자 권리를 침해받지 않고서 일할 수 있도록 하면 되고, 그것이 코로나 사태로 침해된다면 그 침해로 인한 피해를 온전히 보전해 주면 된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에서는 사업장에서는 무급휴가·무급휴직·무급휴업 등으로 노동자 권리가 침해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사태 이전보다 임금 손실이 발생하는 것인데, 이는 사용자가 사태로 인한 손해를 노동자에 전가하는 것이다. 나아가 사용자는 매출 저하 등으로 인력 감축·사업장 폐업을 함으로써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데, 이는 사용자가 위험을 세상에 전가하는 것이다. 노동자는 사용자에 사용되도록 이 세상의 법·제도는 구축돼 있다. 제국주의자를 위한 식민지 수탈의 세상 질서에서는 벗어났지만 노동과 자본,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는 사용자를 위해서 사용되도록 확고하게 법·제도로 세워져 있다. 이런 세상에서 노동자를 해고 등으로 실업에 빠뜨리는 건 사용자 일반 자본의 위험 전가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사용자가 전가함으로써 사용자가 하지 않으면, 국가(권력)가 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도록, 즉 사용자 자본과 국가(권력)에 하도록 노동운동은 요구해서 나아가야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사태로 감염자 접촉 등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해야 해서 노동자가 출근하지 않는다면, 오늘 이 나라에서는 노동자가 임금 손실 등을 감수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정말로 이 나라에서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저지를 위한 유용한 대책이라면, 노동자에게 그 손실을 전가하지 않고 사용자가 아니면 국가가 부담토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저 선전용일 뿐이다. 그러니 오늘 노동자권리를 위해 나아가는 노동운동은 당연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노동자에게 전가하지 말도록 하고, 그 피해 발생 시에는 모든 손해를 보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 이 나라에서 노동자는 스스로 감수할 뿐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은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군·구청장은 입원치료 대상자가 아닌 감염병 환자와 접촉해 감염되거나 전파될 우려가 있는 사람을 “자가 또는 감염병관리시설에서 치료”토록 할 경우에 사업주는 연차유급휴가 외에 “그 입원 또는 격리기간 동안 유급휴가를 줄 수 있”고, “이 경우 사업주가 국가로부터 유급휴가를 위한 비용을 지원 받을 때에는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41조, 41조의2), 이처럼 입원 또는 격리되지 않고서 노동자가 감염을 염려해서,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도 기침 등 증상이 있어 ‘사회적 거리 두기’로 며칠 출근하지 않는 경우에는 결근이거나 무급일 뿐이다. 그걸 병가로 유급처리하도록 하는 법은 없다. 법은 아니라도 단체협약을 통해서라도 그걸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 극히 일부 사업장의 조합원에게 적용되는 것들이 있을 뿐, 그야말로 나라의 한 산업 종사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정도의 단체협약은 하나도 없다. 고작 하나를 예로 들어 본 것이고, 어디 이뿐이겠는가. 사용자가 전가하고 국가는 법으로 그걸 보장하는 것투성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어떤 사태, 무슨 사건에서 했던 말을 다시 하고 말았다.

김기덕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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